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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용 사건’ 연루돼 강제전역…대법 “국가배상 패소 다시 심리하라”

입력 | 2022-09-07 11:2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1973년 ‘윤필용 사건’으로 강제전역 당한 당시 육군 대령의 국가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멸시효 만료로 패소 판결한 원심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일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황모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윤필용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4월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이 일로 윤 전 소장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옥살이를 하다 1975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와 가까운 장교들도 대거 군복을 벗고 쫓겨났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황 전 대령은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불법 체포돼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 황 전 대령은 가혹행위 끝에 전역지원서를 냈고 전역처분을 받을 무렵 다시 불법체포돼 금품수수사실을 허위자백한 뒤 석방됐다.

이후 황 전 대령은 2016년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된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전역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내 2017년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자 2018년 가혹행위와 위법한 전역처분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4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당시 수사관들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고문과 폭행, 협박을 자행했다”며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단기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황 전 대령이 사건이 발생한 1973년 4월 가해자와 손해발생 사실을 알았는데 민사소송은 2018년에야 제기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것이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은 전역처분무효 확인소송의 승소판결이 확정됐을 때부터 단기 소멸시효(3년)가 시작된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전역지원서에 의해 외관상 전역처분이 존재했기 때문에 전역처분 무효 소송 승소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진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 등을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소판결이 확정됐을 때 전역처분과 관련해 이뤄진 가혹행위, 전역처분의 불법행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가혹행위와 전역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는 그때부터 기산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의미하며 그 판단은 개별 사건의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황 전 대령에게 행해진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전역처분은 모두 직무집행의 외관을 갖춘 고의의 불법행위라고 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