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구조대 불빛에 “저 여기 있어요”…기적의 ‘생환’ 주차장 구조 순간

입력 | 2022-09-07 11:25:00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후 소방당국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수색 중 발견한 여성 생존자 1명을 구조해 나오고 있다. 2022.9.6/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자 2명이 목숨을 건진 것은 주차장 내부의 배관이 사실상 ‘에어포켓’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참여한 포항해양경찰서 구조대 소속 엄정현 경장은 7일 뉴스1과 만나 생존자 구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엄 경장은 전날 오후 9시41분쯤 생존 상태로 발견된 50대 여성 구조에 참여했다.

엄 경장에 따르면 구조가 본격화된 전날 오후 지하주차장 내부는 물이 가득 차 구조대원들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구조팀은 물 속에 잠긴 차량 문을 열거나 수중 수색에 집중하기보다 수면 위와 지하주차장 천장을 지나는 배관과 파이프 라인을 중심으로 수색했다.

엄 경장은 “수색 도중 코너 부근에서 불빛을 본 생존자가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쳐 확인해보니까 여성 1명이 주차장 위쪽 파이프가 지나가는 라인 위에 앉아서 벽을 짚은 채 있었다”며 “블럭처럼 얽힌 배관 사이 사이의 공간이 갑자기 물이 찼을 때 몸을 지탱해주고, 생명을 살린 에어포켓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침수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약 3.5m다. 천장이 높은 구조의 공간에서 스프링클러, 냉난방 등 상부 배관과 천장 사이에는 30cm 정도 폭의 틈이 있다.

두번째 생존자인 50대 여성은 바로 이 공간 덕분에 몸을 지탱한 채 구조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여성에 앞서 생존 상태로 구조된 전모씨(39·남) 역시 지하주차장 천장의 배관을 붙잡고 있던 중 구조대에게 발견됐다.

전씨는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헤엄쳐 지상으로 나왔으며, 응급처치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 순간 전씨는 상의를 벗은 상태로 몹시 지친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편 전날부터 이틀째 진행 중인 구조작업에서 실종된 주민 2명이 13시간가량 후 기적처럼 생환했지만, 뒤이어 발견된 실종자 7명은 모두 사망 추정 상태로 발견됐다. 7일 오전 10시 현재 피해자는 생존 2명, 사망 추정 7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

수색 이틀째 소방당국은 날이 새자마자 배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당당국은 현재 배수작업과 함께 해병대 특수수색대 50명과 해경 수난구조요원 5명을 투입해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10시 기준 배수 진척률은 80%를 넘겼다.

침수된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이며, 당시 차량 120여대가 주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포항=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