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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아파트 관리소장 “안내방송할 땐 괜찮았는데…통탄할 일”

입력 | 2022-09-07 11:26:00

YTN 방송화면 캡처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당시 차를 빼라고 안내했던 관리소장이 책임론에 부담감을 호소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 A 씨는 6일 “물이 범람해서 넘어온 천재지변인데 (방송에는) 내가 안내방송을 해서 사람들이 물에 잠겼다고 돼 있더라”며 “내가 바보인가. 물 들어오는데 ‘차 빼라’고 방송하게”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어 “방송할 때는 (상황이) 괜찮았다. 지하 주차장이 배수펌프도 잘 돼 있고, 모래사장도 잘 돼 있다”며 “지하 주차장이 침수될 위험이 없기에 방송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수펌프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하천이 넘쳐) 물이 넘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방송을 하더라도 주민들이 내려오려면 한 10분에서 20분이 걸린다. 그 사이에 물이 찼다. 정말 통탄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해 기록적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며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된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8분이었다.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경북 포항 오천읍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7일 군과 소방대원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수색을 하고 나오고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중앙일보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4시에 출근한 A 씨는 순찰을 돈 뒤 오전 5시 20분경 “지하 주차장 차량을 지상으로 옮겨 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오전 5시 50분경 아파트 정문과 약 150m 떨어진 냉천이 폭우에 범람했고, 물은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으로 들이쳤다.

 A 씨는 “삽시간에 엄청난 양의 물이 들이닥쳤다”면서 “119 신고를 떠올리지 못할 만큼 경황이 없었다. (내가) 신고하지 않았지만 그즈음 이미 구급차 사이렌이 들려왔다. 하지만 하천이 범람하고 진입로로 흘러들자 구급차가 들어서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로 당시 차량 120여 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배수 작업과 수색 작업을 벌여 현재까지 9명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39세 남성 전모 씨와 52세 여성 김모 씨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70세 남성 1명, 65세 여성 1명과 68세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