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있는 코디 클레멘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아버지 바람과 달리 올해 MLB 무대에 데뷔한 막내 아들 코디(26·디트로이트)는 시즌 첫 다섯 차례 등판에서는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코디는 원래 내·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팀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만 마운드에 올랐던 거다.
그랬던 코디에게 드디어 생애 첫 삼진이 생겼다. 상대 타자는 무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였다. 코디는 6일 LA 방문경기에서 팀이 0-9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세 번째 상대 타자였던 오타니를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오른쪽).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강속구와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했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 클레멘스의 주무기는 '아리랑볼'이다. 그는 느리고 낙차 폭이 아주 큰 포물선을 그리는 이퓨스(Eephus)로 맞혀 잡는 투구를 한다. 코디가 이날 오타니에게 던진 공 4개는 스피드건에 시속 86km~110km를 찍었다.
코디는 “등판을 앞두고 ‘아마 오타니를 상대할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2스트라이크를 잡고서는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하는 마음이었고 또 똑같이 느린 공을 던졌는데 그게 삼진이 됐다.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깜짝 기록을 기념해 클레멘스에게 ‘오타니에게 사인을 받으라’고 했다. 결국 코디는 오타니에게 사인을 부탁했고 오타니는 7일 경기를 앞두고 ‘정말 지저분한 볼!’이라는 칭찬까지 적어 공을 다시 클레멘스에게 건넸다.
오타니는 사인을 요청받은 클레멘스의 첫 삼진 공에 사인, 자신의 등번호는 물론 덕담까지 정성스레 적었다. MLB.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