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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뒤 한반도서 美·中 외교 각축전… 해리스·리잔수 잇단 한국行

입력 | 2022-09-07 13:28:00


추석 연휴(9~12일) 뒤인 다음 주부터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잇달아 방문한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국 인사들의 연이은 방한을 통해 한반도에서도 ‘외교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미중 고위 인사 연쇄 방한의 시작은 중국이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러시아·몽골·네팔 방문에 이어 오는 15~17일 사흘간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리 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김진표 국회의장 초청에 따른 것으로서 지난 2월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국 방문에 따른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올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리 위원장의 이번 방한엔 ‘주변국 점검’의 의미도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미국의 국가의전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우리나라를 다녀간 사실 등을 고려했을 수 있단 것이다.

리 위원장이 이번 순방과정에서 일본엔 들르지 않기로 한 사실을 두고도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에서 여전히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며 “최소한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리 위원장이 이번 방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경우 중국 측에선 ‘한중 협력’을 재차 강조하며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을 거론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4일 펠로시 의장 방한 땐 여름휴가 중이어서 직접 만나진 않고 전화통화만 했다.

리 위원장 방한 뒤엔 이달 말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방안이 한미 양국 간에 조율되고 있다.

아직 미국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國葬)에 참석한 뒤 우리나라를 ‘단기간’ 방문할 전망이다.

미 대통령이나 부통령은 그동안에도 아시아 방문 때 우리나라와 일본을 함께 찾는 게 관례였다.

해리스 부통령 방한이 현직 미 부통령으로선 2017년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이후 4년 만의 첫 방한이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작년 1월 취임했다.

박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 방한엔 리 위원장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미국의 셈법도 들어 있다고 본다”이라며 “또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과 해석을 없애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역대 최단기간인 취임 1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최근 한미관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현지 시장에 진출한 우리 전기자동차 업계의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다소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을 경우 한미 양측은 이번 IRA 관련 논란을 잠재우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을 직접 만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 취임식 땐 해리스 부통령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가 참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리스 부통령 방한시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따른 대응을 비롯한 역내 안보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