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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해력 향상시키려면…완결된 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입력 | 2022-09-07 13:46:00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방학과 휴가철을 맞은 시민들이 독서를 하며 도심 속 휴가를 즐기고 있다. 서울=뉴시스



경기 고양시에서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는 딸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학원 강사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에 들어오니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문해력이 중요한 거 같다”며 “문해력을 길러주려면 비문학 지문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 씨처럼 중학교 이상 재학 중인 청소년 자녀의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 박정현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인천 만수북중 교사) 등 전문가 3인의 조언을 들어 청소년기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팁’에 대해 정리해 봤다.

●자녀 문해력 수준 파악하려면…교과서 읽어 보세요


문해력의 사전적 정의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글은 교과서나 책뿐만 아니라 핸드폰 문자메세지, 방송 뉴스도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글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자신의 경험에 비춰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문해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동·청소년기 학습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생활 전반이나 직업 활동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능력이다.

문해력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읽어 보는 게 좋다. 박 위원은 “현재 자녀가 다니는 학년의 교과서를 읽었을 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해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는 해당 연령의 발달 단계에 맞춰서 집필된다. 교과서에 나온 특정 개념을 모르는 것은 괜찮지만, 글 전체를 읽었을 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면 문해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

●토막글보다 완결된 글, 속독보다는 대화하며 읽기


전문가들은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정석으로 ‘독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서 교수는 “독서는 순수하게 문자와 기호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도의 인지 사고 훈련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짧은 토막글보다는 완결성을 갖춘 글을 읽는 것이 좋다. 박 위원은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 읽기 능력을 기를 때에는 완성된 글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사를 읽을 때에도 리드 부분이나 요약만 읽는 게 아니라 전체 기사를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해력은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다만 비문학 등 특정 장르의 도서나 고전을 비롯한 추천 도서를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조 교수는 “아이가 독서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그 책을 읽고 싶지 않기 때문도 있다”며 “그림 없는 책을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을 읽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을 때는 속독보다는 부모나 교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읽는 게 좋다. 문해력의 핵심인 비판적 사고 능력은 독자가 스스로의 경험에 비춰 글을 이해할 할 때 길러진다. 서 교수는 “글을 읽을 때 이 글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다른 관점에서 주장을 바라볼 수는 없는지를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도 “부모가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면서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경험에 비춰 그렇게 느꼈는지 등을 이야기 하면 이러한 훈련이 내재된다”고 전했다.

아이 혼자 책을 읽어야 한다면 소리 내 글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박 위원은 “학교 수업에서도 팀을 나눠 교과서를 틀리지 않고 소리 내서 읽도록 하면 아이들이 틀린 부분을 잡아내기 위해 글에 더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내용 파악을 더 쉽게 한다”고 말했다.

‘오디오북’도 글을 되새김하며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책을 눈으로 보면서 오디오북을 그냥 틀어놓기만 해도 소리에 맞춰서 책을 읽게 된다”며 “정보가 시각과 청각으로 모두 들어오게 되면 책만 읽을 때보다 집중도 잘 되고,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독서 친구’ 돼 줘야


가정에서 독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 읽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독서 친구’가 돼 줘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부모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거나, 책을 통해 자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는 “책을 읽고 부모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해도 된다”며 “부모가 느낀 점에 대해 아이가 의문을 품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서부터 문해력이 길러진다”고 덧붙였다.

자녀에게 글을 권할 때에도 “언제까지 무조건 함께 읽자”보다는 “오늘 엄마가 이런 글을 읽었는데 재밌더라”며 넌지시 권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서점에 갈 때에도 ‘엄마 오늘 책 하나 사려고 하는데 같이 가서 골라줄래?’와 같이 부모가 독서를 실천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