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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산업부 블랙리스트’ 유관단체 상근부회장 조사

입력 | 2022-09-07 13:53:00

문재인 대통령후보 특보 출신…이력서 제출 경위 등 조사



서울중앙지검 모습.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산업부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상근부회장 A 씨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산업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특보를 지낸 A 씨를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전임자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전날(6일) 한국판유리창호협회의 상근부회장 A 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A 씨에게 경력과 관련이 없는 협회에 이력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6월 협회에 부임한 A 씨는 당시에도 업계 이력이 전혀 없고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물로 알려져 전문성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협회 측은 A 씨의 주요 이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책특보 등 정치권 활동 경력을 소개했다. 

검찰은 앞서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산업부 B 과장이 A 씨의 전임 상근부회장이었던 C 씨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2018년 3월경 업무 목적으로 산업부에 방문했다가 협회 담당이었던 B 과장을 만나 처음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C 씨는 업무 성과가 좋아 협회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고 한 차례 연임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였다.

C 씨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B 과장은 당시 협회장과 협회의 인사담당자에게도 ‘상근부회장을 교체해야 한다’, ‘A 씨가 후임으로 적합하니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한다. 산업부의 계속된 요구에 부담을 느낀 협회 측은 2018년 5월경 인사위원회를 열어 상근부회장 교체 안건을 논의했다. 전현직 협회장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전문성이 있고 임기가 남은 C 씨가 계속 상근부회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다”며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협회 측은 이 결과를 산업부에 통보했는데, 이후로 B 과장의 압박이 더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C 씨는 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교체 안건이 부결된 지 약 일주일 만에 협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2018년 이 협회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물러날 생각이 없던 C 씨가 돌연 사표를 제출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A 씨를 후임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했다. A 씨는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협회에서 이력서를 내보라고 연락이 와 제출하고 임명됐다. (정치권 활동 이력은)임명과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부가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도중 이 협회를 비롯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한국윤활유공업협회 등 3곳에서 유사한 형태의 직권남용 정황을 발견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이들 협회를 압수수색해 당시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당시 B 과장의 상관 등 좀더 ‘윗선’의 지시는 없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