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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석상에서 구토한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2-09-17 12:00:00

미국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는 굴욕의 순간들






1992년 일본 방문 중이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구토를 하자 부인 바버라 여사가 입에 냅킨을 대고 있는 모습. ABC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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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통령 당선 후 반려견과 놀다가 넘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달 넘게 다리에 깁스를 하고 다녔다. 백악관 홈페이지

“Every once in a while I make a mistake.”(나도 가끔씩 실수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하면 창피합니다. 창피하고 쪽 팔리는 순간을 ‘embarrassing moments’(임배러싱 모먼츠)라고 합니다. ‘어색한’이라는 뜻의 ‘awkward’(어쿼드)를 써서 ‘awkward moments’라고도 합니다.
 
창피한 순간을 맞는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창피한 순간으로 치자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타일 구기며 자주 넘어집니다. 워낙 자주 넘어져서 ‘fall guy’(넘어지는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fall guy’는 원래 ‘scapegoat’(희생양)를 의미합니다. 말실수도 너무 잦아서 미국 언론은 더 이상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이런 실수들은 국정운영 능력과 결부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창피한 순간 때마다 “every once in a while I make a mistake”라고 변명합니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씩 실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every once in a while”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실수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굴욕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 

1992년 일본 방문 중이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구토를 하자 부인 바버라 여사가 입에 냅킨을 대고 있는 모습. ABC방송 캡처



“They’re just happy they’re sitting behind me.”(내 뒤에 앉아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일본 방문 중 토한 사건은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굴욕의 순간입니다. 물론 구토는 어쩔 수 없이 나타는 생리현상이지만 공식 행사 중에, 그것도 다른 나라 지도자 앞에서 왈칵 토했다는 것은 외교 결례임에 분명합니다. 영문 위키피디아가 ‘George H W Bush Vomit Incident’(부시 대통령 구토 사건)라는 별도 항목으로 자세히 취급할 정도입니다. ‘구토’의 ‘vomit’(보밋)은 격식을 차린 말이고 ‘throw up’ ‘puke’(퓨크)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을 국빈 방문해 미야자와 키이치 총리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총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는 각국 외교사절 135명이 참석했습니다. 당일 오전 일본 국왕 가족과 두 차례 테니스를 칠 때만 해도 건강해 보였던 부시 대통령은 점점 컨디션이 나빠져 만찬에 참석했을 때쯤은 안색이 창백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만찬 코스 사이에 자신의 왼쪽에 앉은 미야자와 총리의 무릎에 토한 후 기절했습니다. 경호원들이 달려올 때까지 부인 바버라 여사가 부시 대통령의 입에 냅킨을 대고 있었습니다. 몇 분 후 의식을 회복한 부시 대통령은 “influenza(독감 몸살)” 때문이라며 부축을 받으며 만찬장을 떠났습니다. 컨디션을 회복한 부시 대통령은 다음날 오후부터 다시 공식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대통령 구토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라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정치 풍자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는 구토가 독감이 아니라 일본이 대접한 상한 초밥 때문이라며 ‘bad sushi’(배드 스시)라는 제목의 코너를 선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토하자 바버라 여사가 만찬 테이블 위로 기어 올라와 우왕좌왕하는 코미디였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때 자동차 위로 올라와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던 부인 재클린 여사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임기 말년 재선 국면에 발생한 구토 사건 때문에 당시 67세의 부시 대통령은 ‘늙고 약한 리더’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고 경쟁자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귀국한 부시 대통령은 며칠 후 열린 의회 국정연설에서 이 사건을 유쾌한 농담으로 풀었습니다. 국정연설 때 대통령 뒷자리에 앉는 것이 관례인 권력서열 2,3위 부통령과 하원의장을 가리켜 “내 뒤에서 그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토하면 주로 앞쪽이나 옆쪽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뒷좌석은 안전하다는 의미의 농담입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실수를 감추지 않고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고두고 뒷말에 시달리기보다 차라리 ‘털고 가자’는 의식이 강합니다. 자신의 실수나 불행을 소재로 삼는 자학개그를 ‘self-deprecating joke’(셀프 데프리케이팅 조크)라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나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고별 연설을 지켜보는 부인 패트 여사(가운데)와 딸 트리샤(오른쪽). 위키피디아



“I’ve also quit beating my wife,”(아내를 때리는 일도 그만 뒀다)
 
회심의 농담을 던졌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진땀 나는 순간입니다. 특히 미국처럼 유머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정치인의 재미없는 농담은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됩니다.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지 못하는 농담을 ‘flat joke’(평평한 농담)라고 합니다. 김빠진 타이어를 ‘flat tire’라고 하듯이 ‘김빠진 농담’이라는 뜻입니다. 동사형으로 쓸 때는 ‘joke falls flat’이라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농담을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농담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1974년 워터게이트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을 때 닉슨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아내를 때리는 일도 그만 뒀다”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먼저 웃으며 청중의 반응을 유도했지만 객석은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미국에서 ‘wife beating’(아내 폭행)은 매우 심한 욕입니다. 농담의 소재로는 부적절합니다. 오히려 이 단어를 스스럼없이 입에 올린 닉슨 대통령의 범죄인 이미지만 굳어졌습니다. 실제로 닉슨 대통령의 가정폭력 때문에 부인 패트 여사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등의 소문이 돌던 때였습니다.
 
‘quit’과 ‘stop’은 모두 ‘그만두다’ ‘중단하다’라는 뜻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습관이나 오랫동안 계속돼온 행동을 그만둘 때는 ‘quit’을 씁니다. 금연 결심은 영영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이므로 ‘quit smoking’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시적인 멈춤은 ‘stop’을 씁니다. 실내에 많이 붙여진 흡연 금지 경고판을 ‘stop smoking sign’이라고 합니다.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열린 연설에서 ‘mission accomplished’(임무 완수)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이라크전 승리 연설을 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백악관 폼페이지



“Mission Accomplished”(임무 완수)
 
‘아들 부시’로 통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여러 차례 굴욕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기자회견중 신발짝이 날아와 맞을 뻔한 수모를 겪기도 했고, 문법을 무시한 정체불명의 영어를 자주 써서 ‘Bushism’(부시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부시 대통령 본인이 꼽는 가장 창피한 사건은 2003년 ‘mission accomplished’(임수 완수) 사건입니다. 2008년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이라크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 중인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에 헬기로 착륙해 “전쟁 승리”를 선언하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영화 ‘탑건’ 주인공처럼 조종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commander-in-chief’(군 통수권자)라고 쓰인 헬기에서 내리는 장면과 이어 ‘mission accomplished’라고 쓰인 현수막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이라크전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러나 전쟁 개시 2개월 뒤 나온 부시 대통령의 승리 선언과 달리 이라크전은 8년을 더 끌어 2011년 종료됐습니다. 승리 선언 2개월 뒤 터진 이라크 대형 폭탄테러로 수백 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대통령이 벌인 명분 없는 싸움”이라는 비난이 가열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승리 연설을 할 때 배경이 됐던 ‘mission accomplished’ 문구는 전쟁 오판의 상징이 됐습니다. 연설 행사를 주관한 해군과 백악관은 서로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며 현수막의 소유권을 떠넘겼습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현수막은 결국 텍사스에 있는 조지 W 부시 센터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mission accomplished’ 문구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때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문구에 얽힌 사연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명령을 내린 후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mission accomplished’라고 올렸습니다. “전쟁 무지 대통령들이 사랑하는 문구”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명언의 품격


2009년 존 로버트 대법원장 앞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던 중 틀리자 웃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다음날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가 다시 열렸다.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에서 4년마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립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the oath of office’(공직 선서)라고 불리는 대통령 선서입니다. 대법원장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순간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으로 자격이 바뀝니다. 선서에서 당선인은 대통령의 직무를 기술한 미 헌법 2조 1항을 낭독합니다. 선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 do solemnly swear (or affirm) that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ill to the best of my Ability, preserve, protect and defend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나는 대통령 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유지하고 옹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취임 선서에서 실수를 하는 대통령은 거의 없습니다.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연설력을 가졌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서를 틀리는 굴욕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선서는 대법원장이 한 구절씩 먼저 낭독하면 대통령이 이를 따라 낭독합니다. 2009년 1월 취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손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2005년 대법원장이 된 뒤 대통령 선서를 처음 주관한 로버츠 대법원장이 먼저 틀렸습니다.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를 “I will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faithfully”라고 잘못 낭독했습니다. ‘faithfully’의 위치가 틀린 것입니다. 뒤따라 낭독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순서가 틀렸다는 것을 감지하고 “I will execute”에서 멈추고 겸연쩍은 듯이 웃었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재촉하려고 다시 한번 반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틀린 순서였지만 대법원장을 따라 낭독을 마쳤습니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논란이 가열됐습니다. ‘faithfully’는 전체 의미상 중요한 단어가 아니고 아예 빠진 것도 아니고 순서가 뒤바뀐 것에 불과했지만 대통령 자격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실수였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취임 선서의 모든 단어들을 정확하게 낭독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비난이 집중됐습니다. ‘oath of office’에 빗대 그를 가리켜 ‘oaf of office’(공직의 멍청이)라는 조롱이 뒤따랐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시 선서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권유했습니다. 두 번째 선서는 다음날 백악관에서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다시 틀릴 것을 우려해 대법원장에게 “we’re going to do it very slowly”(이번에는 정말 천천히 하자)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미국인들의 ‘사진 명소’로 통하는 메인 주 포틀랜드의 명물 등대. 포틀랜드 등대 박물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국 추석 연휴처럼 미국인들도 최근 연휴를 즐겼습니다. 9월 첫째 월요일은 미국의 ‘labor day’(노동절)입니다.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쉽니다. 미국인들은 노동절을 기점으로 여름이 마무리된다고 봅니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여행객들로 공항과 도로가 붐비는 때입니다. 최근 한 미국 방송 프로그램은 노동절 휴일에 즐길만한 국내 명소 10곳을 추천했습니다. 외국 관광객보다 미국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들입니다.
 
-Portland, Maine(메인 주 포틀랜드)
-Newport, Rhode Island(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
-Harpers Ferry, West Virginia(웨스트버지니아 주 하퍼스페리)
-The Delaware Coast(델라웨어 주 해변)
-Savannah, Georgia(조지아 주  서배너)
-Yellow Springs, Ohio(오하이오 주 옐로우스프링스)
-Lake Geneva, Wisconsin(위스콘신 주 제네바호수)
-St. George, Utah(유타 주 세인트조지)
-Whidbey and Camano Islands, Washington(워싱턴 주 위드비섬 & 카메이노섬)
-San Luis Obispo, California(캘리포니아 주 샌루이스 오비스포)  
“We only have so many more dog days of summer left to savor.”(만끽할 수 있는 여름날들이 별로 남지 않았다)
 
앵커는 명소 소개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둘러 떠나라”는 의미입니다. ‘dog days of summer’는 ‘더운 여름철,’ 한국식으로 하자면 ‘삼복더위’를 의미합니다.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를 “독 데이즈”라고 부릅니다. 개에 비유하는 것은 덥고 습한 여름철에 볼 수 있는 큰개 별자리 ‘Sirius’(시리우스)에서 유래했습니다.
 
‘many’는 ‘많다’는 뜻이고, ‘so’는 강조하는 의미이니 ‘so many dog days of summer’는 ‘매우 많은 여름날들’이라는 의미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반대로 ‘적은’ ‘한정된’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only’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only so many(much)’는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8월 9일 소개된 미국 대통령들의 문자 메모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 유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 위로의 말을 적은 메모를 들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메모 마지막 줄에 “I hear you”(당신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적혀 있다. 동아일보 DB

▶2021년 8월 9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09/108451191/1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상회의 도중 보좌진으로부터 살짝 메모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거나 메모지에 적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되곤 합니다. 대통령이 주고받는 메모에는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Sir, there is something on your chin.”(대통령님, 턱에 뭔가 묻었습니다)
 
메모지는 ‘note card’(노트 카드))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달 받은 노트카드에는 “대통령님, 턱에 뭔가 묻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대통령이 문자를 읽은 뒤 손으로 닦아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굴에 묻은 것만큼이나 창피한 상황은 이빨 사이에 뭔가 끼었을 때입니다. 그런 때는 “there is something in your teeth”라고 합니다.
 
“I hear you.”(네 심정 이해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 노트카드를 손에 쥐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보좌진이 “가족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시라”고 적어준 위로의 말 목록입니다. 카드 마지막 줄에 “I hear you”라고 적혀 있습니다. 의미는 “나는 너를 듣는다”가 아니라 “너의 기분이나 상황, 네가 방금 한 말을 십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That large-heartedness,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 is not a partisan feeling.”(너그러운 마음, 즉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당파를 초월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노트카드의 도움 없이도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연설가였습니다. 이런 연설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수십 번 원고를 고쳐 쓰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너그러운 마음, 즉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당파를 초월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중간 부분인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는 원래 연설문 담당자가 작성한 초고에는 ‘that compassion‘(연민)’이라는 짧은 단어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가슴을 울리는 문구로 만들기 위해 수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