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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대위원장에 정진석 “독배 피하지 않겠다…정신차리고 신속 정비”

입력 | 2022-09-07 17:17:00


국민의힘 새 비대위원장으로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7일 지명됐다. 지난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데 이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까지 당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정 부의장이 새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정 부의장을 모시기로 의총에서 결정했다”며 “정 부의장이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제가 3번이나 찾아가 설득을 했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당 내분과 분열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집권 여당부터 정신 차리고 당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새 비대위원장 인선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내홍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당장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새 비대위 체제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다.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된 정진석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 여당을 안정시키겠다.”

7일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전격 수락한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당초 비대위원장을 고사했던 정 부의장이 결국 당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과정 자체가 집권 여당의 극심한 내홍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5선의 정 부의장은 전날(6일) 중진 의원 간담회 때까지만 해도 공개적으로 “제가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유력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까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결국 고심 끝에 승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정 부의장이 4년 동안 끊었던 담배까지 피우면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 마지막에 승낙해주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구인난을 겪은 이유는 이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원에서 추가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주 의원에 이어 또 다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라 누구도 선뜻 승낙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외부 인사들은 내심 최소 6개월 이상 임기가 보장되길 원했던 터라 후보군이 극히 제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좋은 카드”라고 했던 박 전 부의장이 끝내 고사한 것도 이런 불안정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의장도 이날 “다들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집권 여당의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12월까지 국회부의장직을 맡게 돼있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게 될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국회부의장으로 있으면서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례가 정의화, 박주선 전 부의장 등 두 번이나 있었다”며 “당헌·당규에는 비대위원장 자격 요건에 제한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와 6·1지방선거 직후 공개 설전을 벌였던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새 비대위와 이 전 대표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부의장은 6월 6일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자기 정치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철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2017년 대선 패배 당시 나왔던 정 부의장의 ‘육모방망이 발언’을 비꼬기도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정 부의장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호소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