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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대기금 “청년이 꿈 포기하지 않도록 기본소득 사업 추진”

입력 | 2022-09-08 03:00:00

사업 지원 대상자 10명 선정해
7개월간 매월 100만 원 지급
취업 준비-취미활동에 사용



‘부산청년 기본소득 프로젝트’ 참가자로 선정된 10명의 청년이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형사회연대기금 대강당에서 활짝 웃고 있고 있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BNK부산은행 등 지역 기업 노사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제공


“매월 100만 원씩 입금된다니…. 이제 꿈꿨던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재단법인 부산형사회연대기금(부산연대기금) 8층 대강당에서 최근 만난 A 씨(23)는 직업을 찾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육원을 퇴소한 A 씨는 또래처럼 취업 준비를 위해 부모 도움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부산연대기금의 도움으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게 됐다. A 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나선 인터넷 의류 판매 사업을 더 확장할지, 평소 꿈꿨던 카페 창업이나 유기견 돌봄 관련 직업을 택할지 탐색할 것”이라며 “전산회계 등 컴퓨터 자격증부터 취득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연대기금은 ‘부산청년 기본소득 프로젝트 시즌2―백받네’ 사업 지원 대상자로 A 씨 등 10명을 선정했다. 대상자 10명에게는 내년 3월까지 7개월간 매월 100만 원이 개인 계좌로 송금된다. 특별한 조건 없이 받는 기본소득으로 저축과 주식, 가상화폐 투자 등을 제외하고 취업 준비나 취미활동 등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부산 거주 만 18∼34세 청년에게 지난달 중순까지 참여 지원서를 받았는데 3800명이 몰렸다. 무작위로 100명을 추첨한 뒤 하는 일과 나이 등을 안배해 최종 10명을 선정했다. A 씨와 함께 선정된 박지연 씨(32)는 “부산 기반의 전통주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했고, 프로 복서인 최은아 씨(33)는 “체계적인 대회 준비를 위해 자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청년 기본소득은 BNK부산은행을 비롯한 지역 기업과 노동조합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마중물이 됐다. 부산은행 노사는 2018년 10월 “매월 힘을 합쳐 1억 원을 모아 공공기관의 지원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자”고 합의했다. 은행 직원이 자율적으로 급여의 0.1%를 공제했으며, 회사가 모자라는 돈을 충당해 총 1억 원을 만들었다. 부산은행을 필두로 2019년 12월 10억 원으로 시작된 부산연대기금은 입소문이 나면서 SK해운 노사, 부산항만공사, 부산항운 노조 등도 가세했다.

부산연대기금 관계자는 “자금이 달려 꿈꿔온 일을 쉽게 포기해 버리는 청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청년기본소득 사업에 나선 것”이라면서 “성과가 좋으면 10대 청소년이나 50대 이상 중·노년을 상대로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연대기금은 자금을 적립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지출 예산으로 편성한 14억 원으로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비롯한 20여 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익활동가 일자리 지원 사업’은 시민단체의 청년 활동가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 회원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는 최근 회원 수가 줄어 신입 활동가를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부산연대기금은 최대 3년까지 활동가의 연간 임금의 50%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에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 △이주노동자 자녀의 보육료 지원 △미인가 대안 고교 재학생의 학자금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연대기금 심연주 사무처장은 “전국에서 이런 형태의 기금이 조성돼 사업이 순항하는 곳은 부산뿐”이라면서 “지역 기반의 은행을 비롯한 전국 대기업 노사가 손잡고 이런 프로젝트를 벌인다면 지역 주민으로부터 더 신뢰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