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美서 간담회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 내 보조금이 제외된 문제를 조속히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북미산(産)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문제 논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안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만나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향후 몇 개월간 (법 시행을 위한) 규칙을 제정하면서 더 세부적인 내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韓 기업 美 투자 위축 우려 전달한 듯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한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가 현대자동차의 미국 투자 계획 자체를 흔들 뿐 아니라 향후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첨단 산업 분야 공조에 대한 신뢰 문제가 달려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미 노동절인 5일(현지 시간) 직후 열릴 예정이었던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 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회의는 일단 이달 중·하순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결과 한국의 칩4 회의 참여를 연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6일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칩4 협상과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반도체, 태양광과 전기차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미국에 가장 필요한 반도체 대미 투자를 비롯해 태양광,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등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전략 산업의 미국 투자 확대 여부를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 해결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안 본부장은 “현대차가 5월 발표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 대미 투자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존 체제에 따른 계획이라 보조금이 날아가면 미래 투자 계획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향후 첨단 산업 분야 관련 협력 사안이 많은데 우리 기업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으로 재발 방지를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월 방한 때 “생큐”를 외쳤던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약속 등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칩4 회의 연기, 전기차 연계 여부 주목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한국의 칩4 회의 참여를 두고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본부장은 ‘전기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칩4 참여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는지’ 묻는 질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미국도 단순히 현대차에 대한 차별 문제 수준이 아니라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답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 차별에서 한국을 예외로 해 주면 칩4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