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우리 예절 2022 新禮記]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행동 외모-결혼 등 사생활 관련 ‘1위’ “건강 챙겨라” 등 격려 우선돼야
직장인 김모 씨(32)는 이번 추석만큼은 유난히 경기 성남시의 큰집에 가기가 꺼려진다. 최근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에서 3000만 원가량 ‘피를 본’ 탓이다. 김 씨는 “예전에 주식으로 돈 번 걸 아는 몇몇 친척들이 요즘 상황을 물어볼 것 같은데 혼자서 끙끙대는 문제를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주변에 빚내서 투자하다 망하거나 ‘영끌’한 집값이 떨어진 사람도 많아 이번엔 다들 ‘돈 얘기’는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만 이렇게 풍성한 추석에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좋은 것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자칫 싸움까지 부르는 ‘명절 잔소리’다. 이번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오랜만에 대면하는 명절인 만큼 무심코 던진 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동아일보가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 또는 보기 싫은 행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자 등 주머니 사정에 대한 언행’(44.9%·2위)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최근 증시 하락장이 이어지고 금리가 오르며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는 이들이 늘어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심해진 만큼 취업 이야기도 예전 명절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부를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취업, 승진 등 직장생활 관련 언행’(33.6%)이 3위로 꼽혔다. 직장인 A 씨(26)가 추석을 꺼리는 이유도 외삼촌이 명절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거냐. 업계 1등 회사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요즘은 회사 간판보다 개인 커리어가 더 중요한 데다 친척 어른들은 회사마다 조직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지 않냐. 그냥 잔소리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B 씨(23·여)는 “‘취업은 언제쯤 하느냐’, ‘○○ 기업 정도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서 압박이 느껴진다”며 “관심을 표현하려면 ‘취업 준비하느라 힘들지는 않니’ 정도로 물어봐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온 만큼 “취직은 했냐” 같은 직접적인 질문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다”, “조급해하지 말라” 같은 격려가 먼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