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9.2/뉴스1
우리 경제가 연말까지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고강도 통화긴축 쇼크로 달러 몸값이 치솟는 바람에 가뜩이나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 체력으로 여겨지는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내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경상수지마저 심상찮다. 아직 발표는 안됐지만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외국과 거래해 벌어들인 수입에서 지출을 차감한 경상수지는 지난 7월 10억9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5월과 6월에 이은 3개월 연속 흑자행진이다. 다만 흑자폭은 전년 동월 대비 66억2000만달러나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상품수지와 △외국과의 서비스거래에 따른 서비스수지 △배당·이자지급 등에 따른 본원소득수지 △대가 없이 주고받는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수출을 제치고 더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7월 수입(602억3000만달러)은 전년 동월 대비 21.2% 늘었으나 수출(590억5000만달러)은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하락폭을 키웠다. 지난 7월 대중(對中) 통관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8월에는 경상수지가 아예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현재로선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 산출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수출입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품수지와 대동소이한 무역수지가 지난 8월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있어 경제 성적표나 다름없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는 것은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빼 나가면 그만큼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실제 달러·원 환율은 7일 기준 장중 1388원을 돌파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1일 이후 1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이후 6거래일째 연고점을 새로 썼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는 모두 환율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9~11월 계속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10월쯤 고점을 찍을 전망”이라고 했다.
대외 여건도 어둡다. 현지시간으로 6일 호주중앙은행, 7일 캐나다중앙은행에 이어 8일에는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와 관련해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전날(7일)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 등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