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불어 닥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배추, 무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일주일 새 급격히 치솟았다. 작황 부진에 폭우까지 겹쳐 농산물 등 주요 성수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일 기준 태풍 힌남노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7141.1㏊로 집계됐다. 벼 1910.2㏊, 채소 900.3㏊, 밭작물 12.3㏊ 등이 물에 잠겼다. 사과 990.4㏊, 배 973㏊ 등은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농작물 피해가 남부지역에 집중되고 추석 성수품 공급을 대폭 늘려 수급에는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장바구니 부담은 예상치를 넘어섰다.
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배추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추석 대목을 맞아 가격이 3만원을 향했다. 그러다 태풍 힌남노가 남부와 제주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지 하루 만에 3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았고, 서울에서는 4만2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날 기준 무 도매가격은 20㎏당 4만400원으로 지난달 31일 2만7740원보다 45.6% 상승했다. 한 달 전 2만3890원과 비교하면 70%(69.1%)나 비싸다.
무 역시 지난주까지만 해도 2만원대였으나 힌남노 영향으로 5일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3만원대를 돌파한지 불과 하루 만에 4만원대가 된 것이다.
시금치는 4㎏에 7만2360원이나 한다. 한 달 전 4만1765원에서 73.3%나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오름 폭이 두 배가 넘는다.
지난달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흐린 날이 잦으면서 일조량 부족에 따른 채소류의 생육 저하로 이어졌다. 정부는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20개 성수품의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농산물 가격 급등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국민 먹거리인 김치는 배추를 비롯해 양파와 대파 등 부수적인 채소류 가격이 덩달아 뛰었다.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포장김치는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수확되는 배추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여름배추로,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2% 정도 줄고 잦은 강우와 생육여건이 좋지 않아 수급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차례상 비용 부담 역시 예상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17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차례상 비용은 31만7000원 수준이었다.
정부 역시 추석 성수품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올 추석 성수품 가격이 작년보다 3%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태풍 등이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영향을 더 살피고 남은 기간 수급 애로, 특히 장바구니 제수용품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