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조세원칙에 따라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찬성 측과 이중과세라는 반대 측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사적연금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논의 및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 같은 사적연금에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사적 연금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가입자 간 형평성을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사적연금 보험료 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여기에 찬성하는 측은 보험료 부담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적연금을 제외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이번 달부터 공적연금 소득인정 비율이 30%에서 50%로 상향되면서 은퇴한 연금소득자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국민연금 생활자는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사적연금 수급자는 1년에 수 천만원을 수령해도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적연금 소득이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데는 시장 태동단계에서 사적연금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공적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사적연금 확대를 장려해 놓고 이제 와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1994년부터 사적연금에 세제혜택을 부과해 왔고, 최근에도 연금계좌 납입액에 세제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퇴직연금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면 퇴직자들이 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일시수령을 선호하게 될 텐데 이는 노후 소득 보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사적연금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경우 연금수령액 중 원금은 부과에서 제외하고 수익에 대해서만 부과하거나, 세액공제로 보험료를 환급하는 등의 방안을 사례로 들며 합리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