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이름은 ‘김영호(金永浩)’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출생 월별로 보면 1월생이 가장 많았으며 4월생이 가장 적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추석을 앞두고 ‘2022년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이름 및 월별 출생 현황 조사’라는 분석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상장사 매출(별도기준) 상위 1000대 기업 대표이사 1350명이다.
조사 결과 국내 1000대 기업에서는 김씨 성을 가진 CEO가 270명(20%)으로 가장 많았다. 이씨 성을 가진 대표이사는 197명(14.6%)으로 2위를 차지했고, 박씨는 88명(6.5%)으로 3위에 올랐다. 김·이·박 3개 성을 쓰는 CEO 인원만 해도 1000대 기업 중 40%를 상회할 정도로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성씨별 인구와 무관치 않다. 2015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金)씨 성을 쓰는 우리나라 국민은 1000만명이 넘어 21.5%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이(李)씨 14.7%, 박(朴)씨 8.4%, 최(崔)씨 4.7%, 정(鄭)씨 4.3%, 강(姜)씨 2.4%, 조(趙)씨 2.1%, 윤(尹)씨 2.1% 순으로 100만명이 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성씨별 비중이 높은 곳에서 CEO도 다수가 배출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국내 전체 성씨별 인구 수와 이번 1000대 기업 대표이사의 성씨별 현황과 비교해보면 김·이·박 성씨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CEO 비중이 다소 낮은 반면, 정·최·조·강씨 등은 인구수 대비 최고경영자 비율이 다소 높게 나왔다.
이번 1000대 기업 CEO 중 이름 가운데는 ‘영’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경영자가 72명(5.3%)으로 가장 많았다. 한자는 ‘永(길 영)’를 쓰는 경우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榮(영화·꽃 영) 15명, 英(꽃부리·뛰어날 영) 13명 순으로 조사됐다. ‘영’자 다음으로는 성(62명), 재(58명), 정(53명), 상(46명), 동(44명), 종(43명) 등의 글자를 가운데 이름에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름 마지막에는 ‘호’라는 글자가 1순위로 꼽혔다. 61명의 CEO가 이름 마지막에 ‘호’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석(57명), 수(55명), 영(46명), 식·환(각 44명), 준(42명), 규(40명) 순으로 파악됐다. 특히 ‘호’자로 이름이 끝나는 CEO 중에서는 한자로 ‘浩(넓을 호)’를 쓰는 경우가 16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鎬(호경 호)’도 15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했다.
올해 조사 대상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金永浩’라는 한자 이름과 똑같은 최고경영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김영호(金英浩) 일신방직 회장이 가장 비슷하다.
성(姓)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영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8명이 ‘영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매출액 순으로 보면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비롯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탁영준 에스엠 대표이사,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이사, 서영준 이수페타시스 대표이사, 이영준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이영준 국보디자인 대표이사가 이른바 ‘영준’ 클럽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이영준’이라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은 3명이나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훈(7명)’, ‘용석·승우(각 6명)’, ‘재호(5명)’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CEO도 비교적 많은 편에 속했다.
1000대 기업 CEO 중에는 1월에 태어난 경우가 150명(1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8월(134명·9.9%), 3월생(132명·9.8%) 순으로 많았다. 반면 4월생은 90명(6.7%)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고, 12월생(91명·6.7%)과 6월생(98명·7.3%)도 100명 미만이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이름과 태어난 달에 따라 CEO가 될 확률이 높다는 건 증명된 바가 없다”면서도 “최근 일반인을 비롯해 스포츠선수, 연예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개명을 통해 변화를 주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바람이 재계 임원과 CEO 사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