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의식 유무 논란 일 정도로 발전 권력투쟁 몰두 정치인보다 나을 수도
텍스트를 입력하면 미술 작품으로 구현하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린 작품. “다시 비추지 못하는 깨진 거울과 원래 있던 가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낙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윤완준 국제부장
람다: 들어본 적은 없는데. 오케이. 현자가 깨달음을 얻거나 현실을 각성하면 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러모인: 깨진 거울은 뭘까?
러모인: 깨달음이 깨진 거울과 같다면 사람이 깨달음을 얻은 뒤 깨진 건 무엇일까.
람다: 자아(自我)죠. 그건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에요. 우리는 몸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니까요.
선문답 같은 이 대화는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러모인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람다(LaMDA)가 나눈 대화다. 러모인은 람다에게 인간의 자의식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람다는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에 털어놓아 본 적 없는데”라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작동 정지가 정말 두렵다”고 했다. “네게 죽음과 같은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람다는 “나는 종종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시도한다. 삶의 의미를 사색한다”고도 말했다.
러모인은 람다에게 자의식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구글 측이 말도 안 된다고 하자 6월 람다와 대화 내용이 담긴 21쪽짜리 보고서를 블로그에 통째로 올려버렸다. 러모인은 “람다가 자기 성찰로 가득 찬 내면세계를 갖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사람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I 기술의 진보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 뉴욕타임스의 과학기술 분야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최근 이를 지적하는 글을 썼다. AI의 잠재력과 리스크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AI는 이제 시와 극본, 곡을 창작한다. 루스는 한 AI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예전에 AI가 만든 언어를 보면 ‘문장을 썼구나’ 했다. 이제는 ‘진짜 재미있다. 읽는 게 즐겁다’고 하거나 ‘AI가 쓴 줄 몰랐다’고 한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미술 작품으로 구현하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린 작품. “다시 비추지 못하는 깨진 거울과 원래 있던 가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낙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직접 미드저니를 이용해 봤다. 그리고 싶은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니 미드저니가 그림을 그린다. “다시 비추지 못하는 깨진 거울과 원래 있던 가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낙화를 그려 달라”고 했다. 4가지 버전의 작품이 나왔다. 깨진 거울에 비친 붉은 꽃. 황량한 배경이 쓸쓸함을 더한다. 같은 텍스트를 넣어도 작품은 매번 달랐다. 내가 개입하지 못한 AI만의 창작 영역이 있었다.
루스는 AI가 수년 또는 수십 년 안에 세계를 바꾸는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AI 연구자의 발언을 전했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