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기자
정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639조 원짜리 내년 예산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지점 중 하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다. 내년에 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 쓰라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교부금은 올해보다 12조2000억 원(본예산 기준) 늘어난다. 실제로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 약 9조 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국 지방교육청 예산 증가분이 전체 예산 증가분의 39%를 차지한다.
교부금이 세수에 연동돼 산정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세금이 많이 걷힐수록 교부금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세수 호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교부금은 1년 새 20조 원 넘게 불어 81조3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본예산에 책정된 65조1000억 원에 추가경정예산 증액분과 전년도 세계잉여금까지 더 얹어졌다.
문제는 내년에도 본예산으로만 77조3000억 원을 각 교육청에 나눠주더라도 쓸 곳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쌓아둔 돈은 지난해 말 6조6000억 원을 넘어섰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증가한 교부금이 적절한 교육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금성 지원, 교육청 보유 재원 증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주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내국세 연동분은 계속 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만 쓰고 교육세 일부를 떼어내 대학과 평생교육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이 크다. 내국세 연동 산정 방식의 문제를 고치는 건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교육세 일부도 설득하기가 어려운데 내국세까지 떼어 주자는 건 누구도 하기 어려운 말”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서울의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000원을 넘었다. 올해 1월보다 10% 올랐다. 지난달 외식비는 1년 전보다 8.8% 뛰며 30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8월 무역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에 육박해 월간 기준 최대를 보였다.
물가 대책도, 수출 지원 방안도 결국 돈이 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이 박박 긁어서 만든 것”이라며 “더 대책을 내려고 해도 돈이 없다”고 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역대급’이라며 푼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이 650억 원어치다. 내년에 어디에 쓸지 따지지도 않고 주는 교부금의 0.08%다. 반복되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