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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9년만에 최대 하락… 잠실 84m² 1년새 6억 급락

입력 | 2022-09-09 03:00:00

금리 인상-경기 위축 등 영향
서울 아파트값 15주 연속 내림세, 추가 하락 우려에 관망세 지속
원희룡 “집값 하향 안정화 더 필요, 15억 초과 주택 대출규제 풀면 안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m²(4층)는 지난달 31일 20억5000만 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14층)의 실거래가(27억 원)와 비교하면 1년 새 가격이 6억5000만 원 급락한 것이다. 저층임을 고려해도 올해 6월 거래된 전용 84m² 3층(22억5000만 원)보다 2억 원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84m² 기준 저층 매물의 호가는 이미 20억 원 아래로 내려갔다”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인데도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지나치게 오른 집값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 하락 폭은 9년 만에 최대였다. 전국과 지방 아파트 값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 서울 아파트 값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13%) 대비 0.15% 하락했다. 2013년 8월 첫째 주(―0.15%)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값은 15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수도권 역시 0.21% 떨어지며 2012년 9월 둘째 주(―0.21%)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값이 각각 0.09%, 0.03% 떨어지면서 지난주(―0.06%, ―0.02%)보다 낙폭이 커졌다. 송파구도 ―0.16%를 기록하면서 전주(―0.12%)보다 떨어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와 도봉구도 0.30%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주택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거래절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동기(4679건) 대비 86.3% 급감한 639건으로 역대 최저를 나타냈다. 올해 2월 820건까지 줄었던 거래량은 대선 직전인 4월 1752건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급감했다. 한국은행이 4월부터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한 데다, 7월에는 2.25%로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영향이 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채널A ‘뉴스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급등했다가 조금 꺾인 것이고 하향안정화가 더 다져질 필요가 있다”며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풀면 결국 부자들만 ‘줍줍’ 하겠다는 건데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 지방 아파트 값 하락 폭,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아파트 값 하락세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9월 첫째 주 전국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0.17%, 0.13% 하락했다.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크게 하락했다. 신규 입주물량이 많은 대전(―0.27%) 대구(―0.25%) 등 지방 광역시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세종은 0.44% 내려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방은 특히 아파트 공급이 넘치며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의 7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4358채로 전월(2509채)보다 70% 이상 늘었다. 대구 수성구도 7월 미분양 주택이 2095채로 전월(844채)보다 약 1.5배로 늘어났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조정대상지역인 수성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값이 4.88% 내렸고, 최근에도 계속해서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다. 역시 조정대상지역인 포항시 남구의 경우 이번 주 0.12% 하락하며 전주(0.03%)보다 하락세가 크게 가팔라졌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더 이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시장 수요가 살아나거나 가격 하락세가 멈추기는 쉽지 않다”며 “전쟁 등이 끝나 원자재 값이 안정되거나,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이벤트가 아니면 한동안 지금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