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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도 자이언트스텝… 美, 3연속 0.75%P 인상 임박

입력 | 2022-09-09 03:00:00

유럽 기준금리 연 0.5%→1.25%로
연준 부의장 “인플레 억제, 지속인상” 단행땐 한미 기준금리 다시 역전
한은 “빅스텝보다 점진적 인상” 고수… 환율 상승압력 연말까지 이어질듯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25%로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처음 나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 고위 인사들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준이 20, 21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현재 연 2.50%로 같은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된다.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 금리가 더 높은 미국에 투자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86%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연준이 9월에도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연준 인사들이 9월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하는 시장 전망을 꺾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뉴욕의 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공개 연설을 통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리고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선물(先物) 거래로 기준금리 추이를 점치는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이날 한때 86%까지 올랐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도 추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7월 초 이후 종합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 중 9곳이 물가상승률의 일정 부분 둔화를 보고했지만 여전히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한은 “점진적 금리 인상” 고수
한은도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섰지만 한은은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이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와 물가 상황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역수지 적자, 중국 위안화 약세 여파로 주요국 통화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보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서도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르고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면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내린 1380.8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38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0.4%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