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수십 년 동안 영국의 지폐와 동전에 그려져 왔다. 그녀의 초상화는 또한 대영제국의 식민지 지배를 상기시키기 위해 전 세계 수십 곳의 통화에도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한 후로 영연방 화폐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일단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자국 화폐에 새겨진 군주의 모습을 교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여왕이 새겨진 지폐가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지폐와 동전에 그려진 여왕의 초상화는 새 국왕 찰스 3세의 초상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왕립 조폐국으로부터 영국의 주화 공식 제조 업무를 위탁받은 로얄민트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진 모든 동전은 “법률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추후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얄민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애도 기간을 존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처럼 동전을 계속 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820억 파운드(950억 달러) 상당의 47억장의 영국 지폐와 약 290억개의 동전이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여왕의 모습이 새겨진 영국 화폐는 수년 동안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동전 조사 사이트인 코인엑스퍼트는 “현재의 모든 동전들과 지폐들이 회수되기 보다는, 그 과정은 점진적인 것이 될 것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를 특징으로 하는 많은 동전들이 앞으로도 수년간 유통될 것”이라고 했다.
찰스 3세가 그려진 동전은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는 달리 왼쪽을 향해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군주들이 전임자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는 옆모습이 나타나도록 한, 17세기부터 이어온 전통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왕실 웹사이트에 따르면 17세기 찰스 2세 통치 이후 국왕은 동전에서 전임자와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왔다”며 “엘리자베스 여왕이 오른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왕(찰스 3세)은 아마도 왼쪽을 바라볼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가지 예외는 있었다. 1936년에 1년도 채 되지 않은 왕 에드워드 8세는 왼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직전 군주 조지 5세가 왼쪽을 바라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8세가 왼쪽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가 즉위했던 1952년에는 지폐에 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지 않았지만 1960년 1파운드 지폐에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처음 등장했다.
앞서 50파운드 지폐의 신권 발행 과정에서 구권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 1년4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모든 화폐를 교체하는 데에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