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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공식 즉위…“어머니 모범 따를 것”

입력 | 2022-09-10 18:33:00


찰스 3세(74)가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새로운 군주로 공식 선포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왕실이 구성한 즉위위원회는 이날 런던 세인트제임스궁에서 회의를 열고 찰스 3세가 영국 국왕으로 즉위했다고 발표했다.

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 성공회 고위 성직자들로 구성된 즉위위원회는 이날 “행복한 기억을 남기고 간 여왕의 별세로 찰스 필립 아서 조지 왕자가 찰스 3세 국왕이 됐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새 왕의 즉위를 알리는 데이비드 화이트 가터 문장관은 “하느님, 국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King)”라며 즉위 선언문을 낭독했다. 트럼펫 팡파르와 축포 소리가 웅장하게 울리며 그의 즉위를 알렸다.

이후 연단에 오른 찰스 3세는 “사랑하는 어머니, 여왕의 죽음을 여러분께 알리는 것은 나의 가장 슬픈 의무였다”며 “여러분과 전 세계, 우리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얼마나 깊이 공감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어머니는 평생 사랑과 사심 없는 마음으로 (영국을) 섬겼다. 어머니의 통치는 그 기간과 헌신으로 봤을 때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다.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어머니의) 충실한 삶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 위대한 유산과 나에게로 넘어온 주권의 의무, 무거운 책임에 대해 깊이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책임을 맡으면서 나는 입헌정부를 지지하는 데 영감을 주는 (어머니의) 본보기를 따르고, 이 섬과 영연방 국가들의 평화와 조화,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원수로서 나의 공무를 지원하는 왕실 교부금(영국 의회에서 왕실에 제공하는 보조금)의 대가로, 모두의 이익을 위해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 왕실 재산 운영재단) 등의 수입을 정부에 넘겨주는 전통을 이어나갈 것을 이번 기회를 빌려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찰스 3세는 지난 9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남이다. 왕세자였던 그는 여왕의 서거와 동시에 자동으로 왕위를 승계했지만, 이번 즉위식은 그의 왕권을 공인받기 위한 헌법상의 형식적 절차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왕궁인 세인트제임스궁 발코니에서 영국의 원로 전령관은 “국왕 폐하를 위한 만세 삼창!”을 외쳤고, 아래 있던 병사들은 큰 소리로 만세를 세 번 외쳤다. 그 밑에선 부모의 어깨에 올라탄 어린아이들과 꽃을 흔드는 여성, 이동용 스쿠터를 탄 노인들을 포함한 수백 명이 세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로써 찰스 3세는 영국뿐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자메이카,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를 포한 14개 영연방 국가의 군주로 등극했다.

찰스 3세의 즉위 선언문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웨일스의 카디프 등에서도 공개 낭독될 예정이다.

한편 찰스 3세의 대관식까지는 최소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52년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대관식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이 전망의 배경에는 왕실을 대신해 제반 업무를 관장하는 ‘문장원 총재’(earl marshal)의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1948년 12월15일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출생한 찰스 3세는 1952년 할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어린 나이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다.

이후 1958년 정식으로 웨일스 왕자로 책봉 받은 그는 영국 최장수 군주였던 어머니 밑에서 64년, 거의 평생을 즉위를 기다리며 최장기간 왕세자로서 후계자 역할을 도맡았다.

일찍이 왕세자로 낙점된 ‘준비된 국왕’이었지만 다이애나비와의 이혼 등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찰스 3세. 그가 왕실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