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
“가족 4명이예요. 요새 식비 얼마나 쓰세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아껴 써도 100만 원 넘네요. 여기에 외식비랑 배달시키는 것까지 하면 150만 원이 넘어요. 저흰 외식도 많이 안 하고 몸이 힘들 때나 사먹거든요. 진짜 물가가 장난이 아니네요”
“△△△ 초3, 중1 아들 있어요. 식비만 거의 200만 원 드는 것 같아요. TT”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4인 가구는 외식비로 월 평균 57만3150원 지출했습니다. 집에서 밥 해먹을 여력이 적은 맞벌이 가구는 이보다 5만 원 많은 62만6625만 원을 썼습니다. 외식비는 식당에서 쓴 비용과 배달음식 시켜 먹은 비용, 일터에 나와 쓴 식사 비용을 모두 포함합니다.
올해 2분기(4~6월) 우리나라 4인 가구는 월 평균 57만3150원을 외식비로 지출했다.
2분기 외식비 지출은 1분기(1~3월) 월 평균 49만 원보다 8만 원 많았습니다. 4인 가구가 한 번 외식할 때 보통 5만~10만 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식 두 번 더 할 수 있는 비용이 인플레이션 속에 녹아 사라진 셈입니다.
○ 그동안 못했던 외식 좀 하자는데…
한 달에 외식을 세 번 한 4인 가구의 지출금액을 따져봤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에 중국 음식 한 번, 치킨 한 번 먹었을 뿐인데 22만 원이 나옵니다. 배달비도 무섭게 오르고 있죠. 배달비는 지난해 평균 3000원이었지만 올 들어 대부분의 업체가 500~1000원 인상했습니다. 최근 한 택시 기사는 “통닭 배달은 1.5km에 4500원이다. 주말이면 500원, 비가 오면 1000원 할증한다. 사람 운송은 2km에 3800원이다. (사람이) 통닭만도 못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하죠. 배달비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까 정부가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비를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까지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 밥값 아끼려 고기, 과일 덜 사먹었다
식비는 소득이 줄거나 가격이 오르더라도 지출 금액을 줄이기 힘든 비탄력적 비용입니다. 외식비와 집밥 해 먹는 비용(식재료 구입비)을 모두 합친 식비 총액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4인 가구 식비 총액에서 눈길 가는 대목은 식재료 값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밥 비용이 지난 분기보다 오히려 5만 원 가량 줄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뭔가를 덜 사먹었다는 얘기인데, 품목별로 살펴보니 고기와 과일 구입비가 올초에 비해 각각 1만1000원, 9000원 가량 줄었습니다. 다른 식재료 구입비는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2분기(4~6월) 4인 가구 육류, 과일 구입비는 1분기(1~3월)에 비해 각각 1만1000원, 9000원 가량 적었다.
고기와 과일은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가장 비싼 식재료 중 하나 입니다. 더 저렴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취약한 품목이기도 합니다. 식비 걱정에 장 볼 때 고기, 과일을 집어들었다가 가격표 보고 다시 내려놓은 경험이 모두 한 두번 있었던 셈이죠.
고기, 과일을 덜 사먹은 덕(?)에 집밥 해먹는 비용이 외식비보다 적어졌습니다. 이것도 2020년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허리띠를 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외식비와 집밥 비용을 합친 전체 식비는 111만1690원. 여전히 사상 최대였습니다. 가계소비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곳에 지출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인플레이션 속에 ‘생계유지형 소비’로 내몰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20년 이후 2년 6개월만에 외식비용이 집밥비용을 넘어섰다.(오른쪽 네모 안)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