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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기본료 4800원 추진…‘기사님’ 다시 돌아올까

입력 | 2022-09-12 07:51:00


심야 택시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현재 3800원인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48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금이 줄어들어 택시 업계를 떠났던 기사들을 요금 인상을 통해 돌아오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에 따른 시민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택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유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최근 서울시의회에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안 의견청취안’을 제출했다.

조정안에는 기본거리를 현행 2㎞에서 1.6㎞로 줄이고, 거리요금 기준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된다.

심야 할증시간은 자정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였으나 연말부터 밤 10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어난다. 20%로 일률 적용하던 심야 할증률도 시간대별로 나눠 2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된다.

심야 탄력요금제 도입과 기본요금 인상 등으로 중형택시 요금은 기존 대비 19.3% 올라가게 된다. 미터기가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요금 부담은 더 커지게 될 전망이다.

심야 택시 대란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영업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일부 택시기사들이 배달, 택배업 등으로 이직한 영향이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택시 평균 영업수입은 2019년 평시 대비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악화로 택시 기사들이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지면서 업계에서 대거 이탈한 것이다.

기사들이 고령화되면서 늦은 밤 운행을 기피하게 된 영향도 있다. 서울시내 개인택시 기사 중 65세 이상이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하고 있다. 일상회복이 시행된 이후 서울시가 부재헤제, 심야 전용택시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택시 공급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 대비 4000~5000대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로 떠난 택시 기사들을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합리적인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열린 ‘서울시 택시요금정책 개선’ 공청회에서 “택시대란의 원인은 파행적인 운송 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수입금 급감 등으로 처우가 급격히 악화된 운수종사자가 이탈했기 때문”이라며 “전반적 수준에서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요금인상이 실제 택시대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요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공급이 안 될 가능성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요금 인상폭을 보면 심야에 소득이 4만7000원 정도 늘어난다고 하는데, 65세 이상 기사 분들이 4만7000원 더 벌자고 개인시간을 포기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들은 “내 월급빼고 다 오른다.”, “웬만해서는 택시 탈 일이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택시비가 계속 올랐어도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엄명숙 서울소비자모임 대표는 “기본요금도 올리고, 거리도 줄이고 그렇게 되면 내년 2월 이후 요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며 “요금 인상폭과 속도, 이런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와 10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