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2.9.11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급감했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최근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늘면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상황이 10~12월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가을 독감’ 유행 우려에 RSV까지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6주차·8월 28일~9월 3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4.7명으로 집계됐다. 2020,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1명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방역 완전 해제 후 급증한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의심환자 비율 4.9명이다. 현재 비율(4.7명)과 0.2명 차이에 불과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통상 독감은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비슷한 증상에 의료 현장 혼란 우려
문제는 독감 등 이들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코로나19와 대동소이해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을 구별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 전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같아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멀티데믹이 오면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19 유행이 올 겨울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시 감염자에 대해선 치료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독감, RSV 등도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