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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바이오까지 자국산 우선… 韓 BBC 동시타격 대책 세우라

입력 | 2022-09-13 00:00:00

AP/뉴시스


미국이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자국 내 생산을 확대, 지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신약과 바이오 연료 등의 생산 설비와 인력, 인프라 확충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자 핵심 미래 산업인 이른바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가 모두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전략이 몰고 오는 폭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에 이은 미국 내 바이오산업의 제조 기반 강화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한다.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내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 주요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중국과 미국을 1, 2위 교역국으로 갖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생존이 달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 확대는 위탁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바이오업체들의 국내 생산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1대당 1000만 원 가까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한국 자동차에는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과학법’은 대중 신규 투자를 제한한 가드레일 조항으로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익 앞에서는 동맹관계도 밀쳐놓는 게 냉정한 국제사회 현실이다. 미국이 7조 원대 한국 투자를 검토하던 대만 반도체 기업을 설득해 자국에 투자하게 만드는 상황도 벌어졌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양국의 투자, 수출 제한 조치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외 협력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경제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 미 의회와 행정부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정보력 강화 조치가 시급하다.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 사안에는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공격적인 교섭력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통상질서의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넋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이대로는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던 ‘인플레감축법의 실패’를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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