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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참수작전 조짐만 보여도 핵공격’ 명시… 위협수위 높여

입력 | 2022-09-13 03:00:00

김정은 “공격임박땐 선제 핵타격”… 첫 법제화
北, ‘핵무력 사용 5대 조건’ 공개
尹, 20일 유엔서 北비핵화 촉구 예정




北 9·9절 행사… 김정은 바로 옆에 부인 리설주 - 김덕훈 내각총리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전날 평양 만수대 기슭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4주년 기념 경축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왼편과 오른편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김덕훈 내각총리가 착석해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도 포착됐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핵무기 전력)을 ‘법제화’하며 대남(對南) 핵위협 강도를 대폭 높였다. 특히 북한은 “(상대) 핵무기 공격이 임박한 경우” 등 핵무력 사용 조건 5가지를 법에 명시해 핵사용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전술핵 등의 개발 의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핵을 놓고 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화(법제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혔다. 북한은 이 법령에 핵무력의 사명·구성, 그에 대한 지휘 통제·사용 원칙·사용 조건 등을 11개 세부 조항으로 상세하게 정리했다. 2012년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한 바 있지만 핵무기 사용 조건 등까지 명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핵무기·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한 경우, 국가지도부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한 경우 등을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내세웠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2일 IAEA 이사회에 “북한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가 작동하고 있는 데다 원심분리 농축 시설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며 “이 시설이 있는 건물의 사용 가능한 바닥 면적이 3분의 1가량 확장된 징후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핵무력 법제화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윤 대통령의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이) 중대한 전환기적 시점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핵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北 핵무기 사용 5대 조건 법제화
김정은 “비핵화 흥정 없다” 선언
사실상 마음대로 핵공격 길 열어놔
전술핵 강조… 7차 핵실험 임박한듯



북한이 선제 핵공격 가능성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면서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은 핵 지휘명령 체계를 김정은 국무위원장 1인으로 못 박은 동시에 핵무기 사용 조건까지 조목조목 법으로 정해 한미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란 없으며 어떤 협상도,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밝혀 북한 비핵화 협상 참여를 전제로 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가능한 상태로 평가되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김정은, 한미 참수 작전 우려한 듯
북한은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하며 그 안에 5가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했다.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이다.

이들 조건 모두 핵을 방어용이 아닌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는 의미라는 측면에서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공격이 임박했다는 판단’, ‘파국적인 위기’ 등 내용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자의적으로 핵 공격 여부를 결정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부여하는 장치라는 것. 군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상황에서도 핵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사실상 모든 환경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한 수뇌부만 제거하는 한미의 ‘참수 작전’을 두려워해 이런 조건들을 구체화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핵무기 선제 사용이 가능하다는 김 위원장의 엄포에 참수 작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한미 특수전 부대들의 지휘부 원점 타격 훈련이나 우리 군의 F-35A 스텔스기 배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두려워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 소형 전술핵 개발로 전략적 다양성 확보 의도

김 위원장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술핵 운용 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 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기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개발해 온 수백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위력의 전략핵무기 외에도 수∼수십 kt의 소형화된 전술핵무기 개발로 전략적 다양성을 확보하겠단 의도를 드러낸 것. 이는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자신이 공식화한 전술핵 및 ‘첨단 핵전술 무기’ 등 투발 수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전술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7차 핵실험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게 한미 당국의 공통적인 평가다. 3월부터 7차 핵실험 준비에 착수한 북한은 두 달여 만에 핵 기폭장치 시험 등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던 지난달 말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액체연료 로켓 엔진시험이 이뤄지는 등 지금까지 3차례 시험발사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에 대한 추가 발사가 이뤄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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