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최근 개시한 반격 작전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러시아군의 돈바스 장악 목표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올겨울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 등에서 보여준 놀라운 반격 속도와 성공으로 러시아군이 패배하거나 심지어 “붕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장악한 상태이며, 여전히 일일 전장 상황조차도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갑자기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리언 페네타는 12일 블룸버그 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패전을 우려할 경우 잠재적 전술핵 타격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푸틴이 궁지에 몰린다면 반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군사 사학자인 로렌스 프리드먼 명예 교수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이번 공세는 전쟁 과정에 대해 자신 있게 가정했던 많은 것을 뒤집었다”고 표현했다. 프리드먼은 전쟁이 올 겨울까지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뒤집혔으며, 러시아군의 붕괴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정보 보고를 통해 돈바스 지역의 ‘관문’으로 불리는 전략 거점 이지움에서 러시아군이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의 이지움 탈환으로 러시아가 도네츠크주에서의 목표를 달성 전망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해 러시아군의 즉각적이고 관측 가능한 반격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러시아군은 장거리 미사일로 하르키우와 드니프로 등 일부 지역에 민간 전력 시설을 공격해 ‘정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잭 와틀링 영국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 지상전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여전히 전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고 내다봤다.
미하엘 코프칸 미 해군분석센터(CNA) 러시아 군사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하르키우 반격 작전에서 러시아군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병력의 양질 문제, 역량 등의 문제로 인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최근 하르키우주에서 보여준 우크라이나군의 승세가 러시아군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어 유럽이 올겨울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올겨울까지 전쟁을 지속한다면 가스와 석유 가격 급등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키이우 기반 싱크탱크인 신유럽센터 싱크탱크 소장 알료나 게트만추크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이동을 통해 유럽을 더 고통 받게 만들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게 협상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라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이번 겨울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는 겨울이 오기 전 가능한 한 많은 영토를 수복할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최근 반격 작전의 성공을 강조하면서 서방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 키이우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