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 소비시장 얼어붙자 고공행진하던 해상운임 급락세 성수기 9월에도 이례적 뒷걸음…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불황 신호탄” 업계 한숨 깊어져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고운임 기조에 실적 강세를 보이던 해운업이 9월 들어 ‘피크 아웃(Peak-out·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임)’에 돌입했다. 글로벌 해상 운임료는 2020년 말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다가 7월부터 급락했다. 해운업계에선 “실적 파티는 끝나고 본격적인 조정기가 시작됐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경영경제학부 교수는 “SCFI가 급락했지만 1000 선 미만에 머물던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경기 사이클상 불황으로 넘어가는 조정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어디까지 조정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정책 등에 따른 소비시장 위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65형) 가격은 평균 109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7월(288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 감소로 제품 재고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는 증거다. LG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재고자산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4% 늘어난 4조7225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재고자산도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특히 4분기(10∼12월)는 가전 업계에서 가장 큰 장인데 판매량이 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우려된다”며 “특히 가전업계는 미국 시장의 주문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들이 가전기기를 살 돈으로 가스비와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에 돈을 써야 하니 가전제품을 살 여력들이 많이 떨어졌다”며 “수요가 계속 주니까 가동률과 생산률을 낮추면서 가격 하락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서비스수지는 3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18억4000만 달러로 1년 새 3억6000만 달러 늘어난 덕분이었다. 올해 1∼7월 운송수지 흑자는 124억8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258억7000만 달러)의 48.2%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적자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운송수지 등이 흑자 행진을 이어오면서 이를 상쇄해 왔는데, 그 효과가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