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예타 면제 방만운영 심각” 사업별 요건 구체화… 관리 강화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 개회식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요건을 강화하고 재정준칙 적용 예외를 전시나 대규모 재난 등으로 한정해 재정 누수를 막기로 했다.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후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예타 개편 방안 및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수년간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20조 원에 달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돼 예산 낭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타 제도 본래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타 면제 요건을 사안별로 구체화해 면제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문화재 복원사업의 경우 도로 정비 등 복원 이외 사업이 전체 사업비의 절반을 넘으면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역균형발전 사업은 사업 규모 등 세부적인 산출 근거와 더불어 재원 조달·운영 계획, 정책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재정적자 GDP의 3% 이내로… 전쟁-대형재난 등만 예외
예타 면제 깐깐해진다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공공청사 건설이나 구체적 사유 없이 규정만을 근거로 예타가 면제된 사업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예타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비용편익분석을 제외한 것으로 종전에는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사업 규모와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주로 따지는 것으로, 소요 기간이 예타의 절반인 6개월∼1년가량에 불과하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규율의 기준인 재정준칙을 법으로 못 박고, 이르면 2024년도 예산안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재정준칙 예외를 전쟁과 대규모 재난, 경기침체 등으로 한정한다.
재정준칙 기준은 문재인 정부가 사용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보다 엄격한 관리재정수지를 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적자폭이 더 크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정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그 한도를 2%로 축소 강화하기로 했다.
재정준칙 적용 예외 조건인 전쟁, 대규모 재난 등은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과 같다. 추경안 편성처럼 위기 상황에서만 재정준칙의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