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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하루새 러軍 점령지 20곳 탈환… 국경까지 진격

입력 | 2022-09-14 03:00:00

젤렌스키 “남동부 6000km² 해방”
전날 발표보다 수복 영토 2배 늘어
주민들 “러軍 사방으로 도망” 증언



우크라軍, 러 점령지 수복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군용 차량에 탄 우크라이나 병사가 미소 짓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동부 러시아군 점령지를 수복했으며 러시아군을 국경까지 몰아냈다고 밝혔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이달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6000km² 이상 국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사방으로 도망쳤다”는 탈환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미국 정부는 “지금이 전쟁의 분수령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세(戰勢) 변화를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심야 화상 연설에서 “9월 들어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6000km² 이상을 해방시켰다”며 “우리 군의 진격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되찾은 지역은 서울 면적(605km²)의 10배에 해당한다.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탈환한 영토 면적이 3000km²라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2일 전쟁연구소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면적은 약 8806km²로 러시아가 지난 5개월간 점령한 5180km²보다 넓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 점령지 20곳을 손에 넣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북쪽으로 진격해 마을들을 탈환하며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해방됐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탈환 지역 주민인 올렉산드르 베르비츠키 씨는 미 CNN방송에 “(해방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상점에 갔다 돌아오니 모두 달아나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차를 타고 묘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러軍, 탄약고 버려둔채 도주-집단투항”… 美 “인상적 전세 변화”


우크라, 러 점령지 탈환

美서 지원한 기동로켓 ‘하이마스’와 공대지 미사일 ‘HARM’ 결정적 활약
우크라 피란민들은 속속 귀환
러 지방의원 47명, 푸틴 사퇴 촉구… 러軍은 “모든 전선서 대대적 반격”



러시아 국기 밟고 선 우크라軍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하르키우 발라클리야 마을 건물 옥상에서 병사 세 명이 러시아 국기를 밟고 서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군 진격에 압박을 느껴 너무나 빠르게 달아나는 바람에 탄약고 전체를 놔두고 갔다”며 “이걸 적과 싸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탈환한 영토 면적이 러시아가 5개월간 점령했던 면적보다 1.7배 많을 정도로 탈환 속도가 빠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탈환하며 피란 갔던 거주민들이 최전선이던 마을로 12일 기쁘게 돌아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우크라군, 러 국경까지 접근”
일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한 반면 러시아군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과 극심한 피로에 직면해 집단 투항을 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국 대변인은 12일 “러시아가 황급히 철수하면서 남겨진 병사들이 집단 투항하고 있다”며 “러시아 전쟁포로가 너무 많아 이들을 수용할 공간마저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요한 분수령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탈환 소식이) 확실히 인상적인 군사 보고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미 군사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 다수가 러시아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성공하기까진 서방이 지원한 최첨단 무기가 역할을 했다.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 ‘하이마스(HIMARS)’와 ‘고속대(對)레이더미사일(HARM)’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사거리가 84km에 달하는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과 동부 이줌 지역 탈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현재까지 하이마스가 파괴한 목표물은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북부 하르키우 수복 작전에서는 HARM의 역할이 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2일 보도했다. HARM은 공대지 미사일로, 최장 145km 떨어진 곳의 레이더파 발신지도 추적해 정밀 타격한다.
○ 러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점령지를 빼앗기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을 가했다”며 재반격에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은 전선이 밀리는 데 대해 “정밀하게 계획된 병력 재편성”이라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료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급속한 반격에도 전쟁에 대한 단기 전망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힘든 전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고 NYT가 12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콜피노 등의 지방 의원 47명은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메놉스키 지역 의원인 크세니아 토르스트렘은 12일 “푸틴의 행동은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의 미래에 해롭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