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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경기 안산 상록…수도권 ‘깡통전세’ 위험지역 어디

입력 | 2022-09-14 20:27:00

뉴스1


수도권 읍·면·동 4곳 중 1곳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깡통전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4일 발표한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369곳 중 319곳(23.3%)이 빌라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깡통전세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깡통전세’ 지역도 116곳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최근 1년 간 전세·매매거래가 없거나 도심처럼 빌라가 아예 없는 지역을 제외하면 깡통전세 위험 지역 비중은 전체의 53.6%로 치솟는다. 전세가율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동일 단지나 주택에서 일어난 전세 거래를 바탕으로 집계했다. 국토부가 전국 시군구를 비롯해 수도권 읍면동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3개월 사이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전세가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1년 기준 80.1%였던 전국 빌라 전세가율은 최근 3개월 기준 83.1%로 올라갔다. 서울도 동일 기준을 적용 시 77.3%에서 81.2%로 올라갔다. 집값이 더 하락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좁혀지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버티거나 잠적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이는 등 전세사기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매가격 하락 속도가 전세가격 하락 속도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며 “깡통전세 등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에서 전세 관련 정보를 더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이곳 방 2개짜리 소형 빌라(전용 34.45㎡)는 올해 6월 1일 1억1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하지만 한 달 뒤 같은 층 같은 면적 집이 7400만 원에 팔렸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역전한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대학교와 산업단지 등이 가까워 전세 수요가 꾸준한 반면 최근 2,3년 간 급등했던 집값이 최근 급락하면서 매매가가 전세가와 비슷해지거나 심지어 낮아진 빌라가 많아졌다”고 했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높아졌다. 빌라 밀집 지역이나 ‘갭투자(전세끼고 매매)’가 몰려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다가 최근 집값이 빠진 곳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위험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 수도권 빌라 밀집지역 ‘깡통전세 주의보’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수도권 빌라 평균 전세가율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3.7%, 비(非)수도권은 78.4%로 나타났다. 보통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깡통전세 주의 지역,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 지역, 90%를 넘으면 깡통전세 지역으로 본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전세가율이 70~80%를 넘어서면 집주인의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확률이 커진다.

빌라 전세가가 매매가를 훌쩍 넘어선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읍면동 중 최근 3개월 기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111.6%), 인천 남동구 남촌동(108.9%), 서울 강서구 등촌동(105.0%) 등 13곳이 전세가율이 100%를 넘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임대차법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나 인천, 서울 외곽 빌라 전세로 밀려났는데 이들이 또다시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다. 지방에서는 부산 연제구(128%), 경북 경주시(121.5%), 세종시(104.5%) 등이 깡통전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 전남 함안군, 포항 북구 등 지방은 아파트도 전세가율 높아
전남 광양시 4100채 규모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39㎡는 6월 30일 5300만 원에 팔린 뒤 지난달 26일 7100만 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단지는 최근 1년 간 매매 거래 185건 중 갭투자만 37건(20%)에 달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낮은데 전월세 수요가 있어서 다주택자들이 몰려와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아파트는 빌라보다 전세가율이 비교적 낮지만 투자자들이 몰려 단기 급등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최근 3개월 기준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함안군(94.6%), 경남 사천시(93.4%), 경북 포항 북구(92.2%), 경북 구미시(90.4%), 전남 광양시(88.8%) 등 55개 시군구가 전세가율 80%를 넘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103.4%), 경기 여주시 가남읍(99.0%)·이천시 창전동(97.8%) 등 읍면동 84곳이 전세가율 80%를 넘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포항이나 구미 등은 전세가가 오를 때 적은 돈으로 갭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많다보니 전세가율이 높게 형성됐다”며 “집값 침체기엔 기존에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집을 안사고 세입자로 더 눌러 앉기 때문에 높은 전세가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 보증금 사고 많아
이날 국토부는 지역별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현황도 공개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계약 중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를 말한다. 서울 강서구(60건), 인천 미추홀구(53건), 경기 부천시(51건), 인천 부평구(41건), 인천 서구(40건)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보증금 사고가 나거나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해당 집은 경매로 넘어가는데, 최근에는 경매 낙찰가율도 떨어져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더 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전국 공동주택 평균 낙찰가율은 82.7%로 최근 1년 낙찰가율(86.2%)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피해를 막으려면 지역별 전세가율을 확인하고 계약 전 여러 중개사무소를 돌며 인근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 시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 계약 이후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현재 집주인이 체납 세금 정보 등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 방지·구제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전세가율뿐만 아니라 선순위 권리관계 등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세입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