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동산 시장 불황에… 공인중개사들 경매 대리-법무사 등 ‘부업’

입력 | 2022-09-15 03:00:00

서울 아파트 매매 58% 감소 등… 거래 절벽 이어지며 일감 끊겨
“단순 중개론 생존 못해” 위기감
‘생존형 투잡’ 등 부업 찾아 나서
“수입 작지만 손실 줄이려 발버둥”




#1. 송모 씨(58)는 이달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법원경매를 대신 진행해주는 전문 공인중개사무소를 개소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일반 중개 경매에 업무를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송 씨는 “법원도 비교적 멀지 않고, 근처에 경매법인이 몰려 있는 곳으로 사무실 위치를 정했다”며 “단순 중개 업무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2. 올해 초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40대 신모 씨는 5월 서울에서 법무사·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열었다. 법무사무소에서 10년간 근무한 경험과 공인중개사무사 자격증을 모두 살리고자 내린 결정이다. 중개 업무만 가지곤 신규 업체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컸다. 신 씨는 “사무실 근방에 법원이 있어 부동산 등기 업무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일감이 끊긴 공인중개사들이 본업인 중개 외 영역으로 부업을 확대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는 아파트 거래 한 건만 성사시켜도 집값에 따라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시기와 대조적인 풍경이다.

1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7월 전국 신규 개업 공인중개업소는 총 1074곳으로 2019년 9월 994개를 기록한 이래 가장 적었다. 서울 강북, 서울 강남, 경기 남부, 경기 북부를 포함한 전국 19개 지역 중 9개 지역에서 폐·휴업한 중개사무소의 수가 신규 개업 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들이 ‘생존형 투잡’에 나선 이유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중개 업무만으로는 생계를 잇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1092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7월 639건까지 감소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자 이사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경기 연천군에서 6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던 송모 씨(50)는 올해 초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원 광교신도시로 사무실에 옮겼다. 법무사 업무를 겸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새로 개소하기 위해서다. 송 씨는 “법무사 업무를 해도 용돈벌이 수준이지만 일반 중개만 해서는 이마저도 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임광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변인은 “기존 중개업만으론 어렵겠다는 인식에 불황이 겹쳐 협회에도 ‘부업’을 알아보는 문의가 올해 들어 늘고 있다”며 “매수대리인, 인테리어 알선 등 다양한 업무 확장 관련 강의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경매, 토지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투잡’도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14년째 공인중개소를 운영해온 박모 씨(55)는 “경매든 등기든 실제 수입은 사실 크지 않다”며 “앞으로 한동안 시장 침체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니 다들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