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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성작가들의 소설-에세이 인기 역주행, 왜?

입력 | 2022-09-15 03:00:00

“우리가 관심 큰 주제 다뤄 공감”
2030 젊은 여성독자들 주로 찾아
2009년 출판후 절판된 ‘다락방의…’
지난주 재출간뒤 판매 2위 올라



해외 여성 작가를 조명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왼쪽 사진)와 ‘코펜하겐 삼부작’. 북하우스·을유문화사 제공


“40여 년 전에 정말 거식증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대해 이야기했단 말인가?”(캐나다 문학연구가 리사 아피냐네시)

최근 서점가에서 문학비평서 1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북하우스)는 1168쪽에 이르는 두툼한 ‘벽돌 책’인 데다 가격도 5만5000원으로 만만치 않다. 그런데 7일 출간되자마자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이달 첫째 주 종합판매 2위에 올랐다.

1979년 미국에서 출간된 ‘다락방의…’가 다루는 내용은 ‘클래식’하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1797∼1851)와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1816∼1855),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1818∼1848) 등 19세기에 활동한 영국, 미국 여성 작가의 일생과 작품에 대한 해설서. 심지어 2009년 이미 국내에 출판됐으나 큰 반응 없이 절판됐다.

책이 재출간된 건 최근 이 책을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주로 여성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중고 책이 한때 20만 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현재 새로 나온 책의 구매자 역시 62.8%가 20, 30대 여성이다. 허정은 북하우스 기획편집부 팀장은 “출간 1주일 만에 4000부가 다 나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기대보다 반응이 더 폭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매력은 뭘까. ‘다락방의…’는 미국에서 1980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마스터피스(걸작)”(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로 대접받아 왔다. 저자인 샌드라 길버트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와 수전 구바 인디애나대 명예교수도 여성학자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문학비평서가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킨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작가’가 최근 여성 독자들의 핫이슈가 된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20, 30대 여성들이 무거운 비평서부터 가벼운 에세이까지 해외 여성 작가를 다룬 다양한 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락방의…’는 아피냐네시의 말처럼 요즘 여성들의 관심이 큰 주제라 ‘공감’ 점수도 높다. 아피냐네시는 “지금껏 ‘이류’로 취급됐던 여성 작가들의 생과 작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해외 여성 작가의 소설이나 그들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여성 작가 클래식’(앤의 서재) 시리즈나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와 비타 색빌웨스트(1892∼1962)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서간집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큐큐)도 인기다. 지금껏 국내에선 생소했던 ‘프랑스 여성 작가 소설’(열림원) 시리즈나 덴마크 시인 토베 디틀레우센(1917∼1976)의 회고록 ‘코펜하겐 삼부작’(을유문화사)도 반응이 좋다. 김경민 을유문화사 편집장은 “기존 세계문학전집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독특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경향이 커져 출판사들도 이를 적극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