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에 태풍 겹쳐 ‘김치대란’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진희연 씨(58)는 벌써 나흘째 김치 없이 밥상을 차리고 있다.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떨어졌는데 ‘배추 값이 금값’이 되며 새로 담그지 못했다. 진 씨는 “한국인이 김치가 비싸서 못 먹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배추, 무 등 김장용 채소 가격 폭등이 ‘김치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14호 태풍 ‘난마돌’이 북상할 경우 11월 김장철까지 채소 가격 안정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여름 작황 부진에 태풍 피해까지 덮치며 김장용 채소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13일 배추 10kg 도매가격은 3만5140원으로 평년(1만6559원)의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무 20kg은 기존 1만8938원에서 3만1180원으로 64% 올랐다. 양파 15kg(54%), 깐마늘 20kg(35%), 붉은고추 10kg(29%) 등도 줄줄이 올랐다.
시판되는 포장김치를 사서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이모 씨(45)는 “소량만 먹을 거면 만드는 것보다 완제품을 사는 게 저렴해 당장 먹을 포장김치 한 포기만 샀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1∼12일 배추김치(포장)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고 알타리김치(63%), 열무김치(50%) 등도 줄줄이 증가했다.
포장김치가 오히려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포장김치 일시 품절도 잇따르고 있다.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포장김치 제조사들이 온라인 판매 물량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대상은 대형마트 위주로 납품하고 있다. 비비고 김치를 만드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포장김치 수요가 갑자기 늘며 온라인 유통이 일시 제한됐다”고 말했다.
김장용 채소 가격 오름세는 10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폭우로 강원도 고랭지가, 태풍으로 경상도 전라도 배추가 피해를 입어 더 이상 공급받을 산지가 없다”며 “수해 복구 후 배추 생육시기(약 30∼45일)가 지나야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태풍 피해가 추가 발생할 경우 겨울 김장철까지도 안정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대형마트 채소 바이어는 “태풍으로 농작물이 쓸려가거나 무름병을 앓으면 11월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