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위험지도] 수도권 읍면동 4곳중 1곳 ‘빌라 깡통전세’ 위험 1369개 읍면동 중 319곳서 빌라 전셋값, 매매값의 80% 넘어
국토교통부가 14일 발표한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369곳 중 319곳(23.3%)이 빌라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깡통전세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깡통전세’ 지역도 116곳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최근 1년간 전세·매매 거래가 없거나 도심처럼 빌라가 아예 없는 지역을 제외하면 깡통전세 위험 지역 비중은 전체의 53.6%로 치솟는다. 전세가율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동일 단지나 주택에서 일어난 전세 거래를 바탕으로 집계했다. 국토부가 전국 시군구를 비롯해 수도권 읍면동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매가격 하락 속도가 전세가격 하락 속도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며 “깡통전세 등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에서 전세 관련 정보를 더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깡통전세’ 주의보
경기 안산 사동-인천 남촌동 등… 수도권 13곳 전셋값이 매매값 추월
사천-구미-광양시 등 55곳… 아파트 전세가율도 80% 넘어
경매 넘어가면 보증금 떼일수도
서울 강서-인천 미추홀-부천 등… 전세가율 높아 보증금 사고 많아
“계약전 주변 시세 꼭 체크해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높아졌다. 빌라 밀집 지역이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몰려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다가 최근 집값이 빠진 곳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위험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 수도권 빌라 밀집지역 ‘깡통전세 주의보’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임대차법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경기나 인천, 서울 외곽 빌라 전세로 밀려났는데 이들이 또다시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다. 지방에서는 부산 연제구(128%), 경북 경주시(121.5%), 세종시(104.5%) 등이 깡통전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 전남 함안군, 포항 북구 등 지방은 아파트도 전세가율 높아
전남 광양시 4100채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39m²는 6월 30일 5300만 원에 팔린 뒤 지난달 26일 7100만 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단지는 최근 1년간 매매 거래 185건 중 갭투자만 37건(20%)에 달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낮은데 전월세 수요가 있어서 다주택자들이 몰려와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아파트는 빌라보다 전세가율이 비교적 낮지만 투자자들이 몰려 단기 급등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최근 3개월 기준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함안군(94.6%), 경남 사천시(93.8%), 경북 포항시 북구(92.2%), 경북 구미시(90.4%), 전남 광양시(88.8%) 등 55개 시군구가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103.4%), 경기 여주시 가남읍(99.0%) 이천시 창전동(97.8%) 등 읍면동 84곳이 전세가율 80%를 넘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포항이나 구미 등은 전세가가 오를 때 적은 돈으로 갭투자에 나선 사람이 많다 보니 전세가율이 높게 형성됐다”며 “집값 침체기엔 기존에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집을 안 사고 세입자로 더 눌러 앉기 때문에 높은 전세가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 보증금 사고 많아
이날 국토부는 지역별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현황도 공개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계약 중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를 말한다. 서울 강서구(60건), 인천 미추홀구(53건), 경기 부천시(51건), 인천 부평구(41건), 인천 서구(40건)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