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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울트라 스텝’ 부상에… 대출금리 얼마나 더 오를까

입력 | 2022-09-15 07:40:00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주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통화정책을 예고해 오기는 했지만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불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 빅스텝 단행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연말 8%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 연준이 다음주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미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다. 6월 기록한 9.1%나 7월 8.5%보다는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상승폭이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상회했다.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던 기대가 어긋나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기준금리 0.5%포인트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진 대신 0.75%포인트나 1.0%포인트 인상 기대가 높아졌다. 13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66.0%로, 1.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34.0%로 나타났다. 미 CPI 발표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0%, 0.75%포인트 인상은 91.0%로 내다봤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11월, 12월 등 올해 세 차례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 0.75%포인트, 0.5%포인트씩 올리는 등 연말 4.25~4.5%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는 8월 CPI 발표 후 “다음주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2월 최종 금리 전망치를 4.5~4.75%로 0.5%포인트 상향한다”고 밝혔다.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가속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은행도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그동안 0.25%포인트의 점진적 통화정책을 고수해 오기는 했지만, 미 긴축속도, 소비자물가 등이 예상했던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당분간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경로를 벗어난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빅스텝’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향후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 연준이 다음주 FOMC에서 ‘울트라 스텝’이 현실화 되거나, 긴축 속도가 더 가팔라 질 경우 한은이 다음달 추가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수준이지만, 다음주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경우에는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 역시 내년 긴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내년에도 금리인상이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위원은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긴축정도를 높여가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향후 국내외 경제흐름의 변화를 보면서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올해 말까지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도 지금 예상치 못하는 큰 변화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상기조를 이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미 연준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성이 있다”며 “한은이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인상해 올해 말 기준금리가 3.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2조7000억원)와 비은행을 포함한 전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 규모를 시산한 결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 만큼 오르면 가계 전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실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가산금리를 더하기 때문에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금리는 4.33~6.32%, 변동금리는 4.06~6.315%로 6% 중반대를 나타냈다.

주담대 지표금리도 지난해 말 보다 큰 폭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은 3.339%로 나타났고, 고정형 상품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도 4.14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6개월물 1.598%, 5년물 2.259% 였던 것과 비교해 큰 폭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5일 발표를 앞둔 코픽스도 전월(2.9%)보다 올라 3%를 넘어설 전망이다. 코픽스가 공시되면 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 변동 폭만큼 조정된다. 16일부터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조정되면서 금리 상단은 6% 후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