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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턱, 비엔날레 투어 떠나볼까…공존-공생의 미술축제

입력 | 2022-09-15 11:43:00


부산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의 회화 '쿨리/카람부'를 관람중이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14일, 부산 동구 초량의 한 언덕 위에 마련한 전시장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두 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이들의 동선은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 부산의 산복도로를 내다볼 수 있는 초량부터 출항 해녀들의 일터였던 영도, 일제 식민시기부터 물자와 피란민 수송을 담당하던 부산항 제1부두, 새들의 터전이었던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까지. 이들은 “부산의 숨어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는 기분이다. ‘자연’ ‘이동’ 같은 현대사회 키워드를 대변하는 공간을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올 가을 전국에서 동시대 미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비엔날레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장르와 국적을 넘나드는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국제미술제다. 각 비엔날레가 고심한 주제는 제각기 다르지만, 최근 현대미술이 일제히 가리키는 것은 ‘공존’이다. 각 비엔날레가 다루는 작품들을 보며 공존의 대상을 고민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이주, 여성, 노동 등을 소주제 삼아 공존을 환기한다. 다소 기시감이 있는 주제지만 차별점은 지역성에 있다. 김도희는 부산 깡깡이(배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행위)를 재현한 설치 작품을, 최호철은 부산에서 진행됐던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장면을 그린 작품을 내놨다. 도시의 급성장 속에서 중요시 여겨지지 않았던 존재들을 부산의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재확인시키는 식이다.

  전시는 부산의 특수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법인 스님과 콜롬비아 출신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는 협업을 통해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한국을 관통하는 고무산업을 소재로 노동자와 환경 파괴의 역사를 탱화로 표현했다. 그렇게 보면, 남아프리카에서 노역하던 여성 인도인들의 삶과 학살 등을 그린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의 회화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느껴진다. 김해주 감독은 “부산의 뒷골목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가 돼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다른 현재를 사는 우리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했다. 11월 6일까지.

  지난달 2일 개막한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미래 도시’라는 주제 하에 디지털 시대 속 인간이 공생해야 할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영국의 알렉산더 웜슬리가 도시개발로 사라져가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3개 지역을 3차원 가상환경으로 꾸며낸 ‘티라나 타임캡슐’ 등은 가상현실이 개입되는 새로운 도시 모습의 탄생을 마주하게 한다. 과학도시를 지향하는 대전답게 예술과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대전시립미술관과 대구 도심 내 상징적인 4개 공간에서 다음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자연과 생태계는 많은 비엔날레에서 특히나 자주 논의되는 공존의 대상이다. 지난달 27일 개막해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공주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또, 다시야생’을 주제로 충남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일대에 작품을 내놨다. 거대한 말이 관람객을 감싸는 형상으로 인간과 동물의 영적인 연결을 꾀하는 몽골 작가 그룹의 설치작 ‘자연과의 상관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11월 열릴 제주비엔날레 또한 지구 공생을 위한 자연의 순리에 주목한다. 강이연 작가는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미디어아트로 풀고, 캐나다 출신 자디에 사는 제주 자연물을 이용한 조각, 회화 등을 선보인다.

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