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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투자, 독일 대신 美로”…‘인플레 감축법’에 지각변동

입력 | 2022-09-15 13:51:00

AP/뉴시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인근에 지으려던 배터리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을 보류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테슬라는 독일 대신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가 작아 물류비가 적게드는 반도체와 달리 무거운 배터리는 물류비가 많이 들어 자동차 공장 근처에 짓는 것이 원칙처럼 돼 왔다. 하지만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미국 정부가 배터리에 막대한 생산 보조금 지원을 해주자 물류비가 들어도 미국 생산이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보조금을 끊은 IRA가 글로벌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 지형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IRA에는 전기차 소비자 보조금 외에 미국 배터리에  생산량에 따라 세액공제를 주는 조항도 있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1 킬로와트시 분량 생산할 때마다 35달러 씩 세액 공제혜택을,  미국 광물 등 기준을 맞추면 추가로 10달러씩 혜택을 준다. 

실제로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IRA 기준에 맞춰 미국에서 생산하면 배터리 원가다 40%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테슬라-파나소닉 배터리 합작사가 가장 빨리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캐피털 마켓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GM이 목표대로 2025년 북미 시장 1백만대 전기차 판매에 성공하면 GM과 배터리 파트너사인 LG에너지 솔루션 등에 총 30억 달러 정부 보조금이 지원될 것으로 분석했다. WSJ는 “IRA 의회 통과 두 달만에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의 탈 중국 경쟁도 가속화 되고 있다. IRA는 중국 광물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 광물 비중을 높여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돼 있다. 이에 테슬라는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시설 건설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글로벌 리튬 매장량의 3.5%(2100만 t)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국이지만 정제 시설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왔다. 반면 중국은 해외 광물을 수입해 정제하는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가공해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리튬 등 핵심 광물 강국으로 서방 진영의 캐나다, 칠레, 호주가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들이 이들 국가와 광물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민관이 뛰는 중이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도  독일-캐나다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와 광물 협력에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달 중순 영미 순방에 이어 캐나다를 찾아 리튬 등 핵심 광물 협력에 나설 전망이다. 리튬, 코발트 등은 배터리를 포함한 전자산업의 핵심 소재라 탈 중국에 속도가 붇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리튬은 이제 새로운 '석유'”라고 강조해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