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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패퇴 후 러 내부 사분오열…정치인·평론가들 앞다퉈 비난

입력 | 2022-09-15 15:22:00


러시아 군이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州)에서 패퇴한 이후 러시아 내부에서 여론 분열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평론가부터 정치인들까지 연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군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지역에서의 러시아 군 패배는 모스크바에서의 공개 논쟁으로 이어졌고, 평론가들과 정치인들은 러시아 국방부를 비난하면서 패배의 잘못이 무엇인지 논의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지역으로의 병력 재배치를 위해 자국 군을 하르키우에서 철수시켰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문제 인식이다. 과거 우크라이나 남부 뱀섬(즈미니이섬)에서 철수 당시 곡물수출을 위해 호의로 넘겨줬다는 때와 극명히 대조된다.

정치 학자이자 러시아 대통령 산하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인 보그단 베즈팔코는 최근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하르키우에서의 우크라이나 군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무시한 군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 산하 직속 자문기구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군에 필요한 객관적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7월에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막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베즈팔코는 “지난 두 달 동안 모든 텔레그램 채널에는 우크라니아 병력과 무기들이 하르키우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군사정찰은 어디에도 없었다. 군 관계자의 머리는 푸틴의 책상 위에 놓여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베즈팔코는 푸틴 대통령이 부족한 병력 충원을 위해 동원령을 선포하는 대신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군 병력 증원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제한적 동원령”이라며 “물론 이것 또한 전술적 패배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러시아 내부 강성 매파를 중심으로는 푸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전면전을 선언하고 동원령 선포를 통해 병력을 충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중앙위원장은 “특별군사작전은 언제든 중단할 수 있는 반면, 전쟁은 승패가 나기 전에는 멈출 수 없다”며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으로 여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크렘린궁은 동원령 선포는 여전히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3일 동원령 발령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로선 의제로 올라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 군을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는 하르키우 패퇴 이후 계속되고 있다.

친푸틴 인사로 알려진 정치군사 전문가 빅토르 올레비치는 최근 국영 NTV의 정치 토크쇼에서 “러시아 군이 계획 대로 하르키우에서 철수해 반격을 준비한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당장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강대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안톤 바르바신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책임회피를 많이 해왔지만, 전쟁과 외교분야에서 만큼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권위 회복을 위해 매우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사임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형태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크세니아 토르스트롬 상트페테르부르크 세메노프스크구 대표가 제안한 푸틴 대통령의 사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한 지방 대표는 50명으로 늘어났다.

이와는 별개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몰닌스코예 구의회 의원들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을 반역죄로 기소하고, 러시아 하원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마저 최근 러시아 군의 하르키우 철수를 두고 “그들이(러시아가) 실수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비판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토록 러시아 정계를 비롯해 다양한 진영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크렘린궁이 경고에 나섰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비판적 관점은 법의 틀 내에서 용인된다”면서 “그러나 그것(비판)에는 적정선이 있다.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