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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환율 1400원선 가까스로 방어…‘도시락 폭탄’ 관측도

입력 | 2022-09-15 17:36:00


달러당 1400원 선마저 뚫으려는 가파른 환율 오름세를 외환당국이 가까스로 방어했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늦어도 10월경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되풀이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3.7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1400원 돌파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17.3원 급등하며 1390원대에 올라선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7분경에는 1397.9원까지 치솟으며 1400선을 바짝 위협했다. 그러자 외환당국은 “시장 내 쏠림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쪽에 과도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적절한 시점에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1시간 뒤쯤 나왔다. 추 부총리의 국회 발언에도 환율 상승세가 오히려 강화되자 작정하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건 지난달 23일 이후 불과 24일 만으로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다.

게다가 이날 당국은 구두개입과 함께 ‘실탄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수억 달러를 직접 시장에 내다팔아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국의 개입이 집중된 오후 1시 직후 환율은 순식간에 6원 이상 미끄러지며 1391.1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적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당국이 대량으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환율이 1400원선을 뚫고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원화 약세는 미국의 초강력 긴축 기조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부 당국도 흐름을 바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가뜩이나 높은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고물가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최근 한은은 환율이 10% 오를 때마가 물가가 0.6%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환율 오름세가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답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