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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자-설치업자 짜고 불법대출… 尹 “이권 카르텔 개탄”

입력 | 2022-09-15 19:04:00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 등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 관련 비리 점검 결과에 대해 “국민의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며 “참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권 카르텔’은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직격한 때 사용한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강경한 어조로 사법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무조정실, 감사원, 경찰, 검찰 등 범사정(司正)기관이 전방위적으로 전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하나하나가 형사 처벌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조사 확대를 예고했고, 야권에서는 “전임 정부 모욕주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 尹 “이권 카르텔 비리…사법 시스템서 처리될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국무조정실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에 쓰여야 할 돈들이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현안 질문에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끼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강경한 모습이다.

이는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감사에서 226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2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2267건의 위법 부당 사례(2216억 원)가 적발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를 사전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강도 높은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속한 전수조사를 준비 중인 국무조정실은 발전사업자와 태양광 설치업자, 자재 공급업자 등이 공모해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위법·부적정 대출은 점검 대상 6509건 중 17%인 1129건을 차지한다. 발전사업자에게 실제보다 금액을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자금을 신청하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규정에 따른 전자 세금계산서 대신 종이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뒤 부당 대출을 받은 사례도 56건(70억 원)이 적발됐다.

이덕진 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차장검사)은 “부당 대출 부분은 대부분 사기 범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며 “수사 의뢰를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前 정권 전면수사 폭발력 잠재…野 “무능과 실정 덮으려는 의도”

태양광 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 규명은 전(前) 정부를 겨냥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운동권 이권 카르텔’ 연루 첩보는 이미 검경에 입수된 만큼 수사 확대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감사원도 하반기 감사 대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점검하며 태양광 사업 비리 관련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파장을 의식한 듯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관계자는 “12조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 사업인데 오히려 뒤늦게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 정부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오히려 가이드라인 제시를 경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임 정부에 대한 모욕주기, 망신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격분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사 출신의 시각에서 무능이나 실정을 덮기 위해 전 정부의 정책까지도 이 잡듯이 뒤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