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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소비자에게도 車 할인 판매 하라

입력 | 2022-09-15 21:11:00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게 만든 외환위기가 있었다. 자동차가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여 공장 내 인도까지 적체해 놓은 그 당시 상황을 자동차회사 직원이면 누구나 쓰라린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팔리지 않자 기아자동차는 중형승용차를 몇 백 만원에 할인 판매까지 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동차는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이 있다. 품질보증기간은 부품에 따라 다르지만 엔진 같은 경우 5년, 자동차부품보유기간은 8년이다. 장기 근무한 직원은 퇴직을 하더라도 기간 제한 없이 30% 자동차 값을 평생 할인받고, 그것도 모자라 2년마다 차를 교체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순진한 소비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품질보증을 즉 자동차 보증기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 수리비용을 30% 할인하여 폐차할 때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어떨까.

노조 집행부에서는 재직자 혜택은 큰 폭으로 높이고 퇴직자 제도는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단체 교섭 안을 제시했다. 기아 노조는 회사에서 퇴직 후에도 평생 신차 할인을 해달라는 등의 요구안을 앞세워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한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잠정 합의안에는 퇴직자 신차 할인은 구매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 할인율은 30%에서 25%로 낮추고 평생 할인 대신 75세로 연령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서는 MZ세대를 포함한 사무·관리직 직원들은 일부 근무연수가 많은 고참 급 생산직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는 2년마다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퇴직자는 25%, 기아자동차는 30% 할인을 받는다. 신차를 할인된 가격에 받아 2년을 타다가 중고차로 팔아도 이득이 되니 퇴직자들은 2년마다 차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주변에는 해당 직원 명의로 차를 출고 받아 가족들이 편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직원들 세대 간 노노(勞勞)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기도 하다. 고령층 직원 반발에 대해 젊은 직원들은 언제 퇴사할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혜택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고참 직원들은 제도 축소에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내부 직원이나 퇴직 직원에게 평생 30% 할인을 해준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도대체 생산원가가 얼마이기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손실을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한 수입차 업체의 경우 차종에 따라 할인 비율을 달리 적용하지만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처럼 차종에 상관없이 거의 일괄적으로 대폭 할인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잘 팔리는 차에 대해서는 할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정상가격을 주고 사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여태껏 새 차 할인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기 재고 차량인 경우 일부 그것도 아주 작게 깎아 준다. 소비자는 무슨 횡재라도 하듯 경쟁이 치열하다. 제값주고 새 차를 사는 소비자의 고혈(膏血)을 축내는 행태는 마땅히 비난을 받아도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사측은 귀족 노조, 주객이 전도된 행태를 바꿀 전환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매년 노조에 끌려 다니는 수렁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 김종훈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