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혁신 모빌리티의 무덤’ 한국… 결국 택시대란만 남았다

입력 | 2022-09-16 00:00:00


해외에서는 성장을 거듭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 유독 한국에서는 예외다. 모빌리티 산업에 미래를 걸었던 기업들이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악전고투 끝에 5월 회사를 떠난 기업가는 “혁신에 실패했다”고 토로한다. 그가 동아일보에 내놓은 ‘CEO 오답노트’에는 2013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의 국내 진출 이후 9년간 이어진 모빌리티 혁신 실패의 잔혹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년 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승차 공유 서비스는 사실상 싹이 잘렸다. 82개국이 이용하는 우버는 국내에선 ‘불법 콜택시’ 낙인이 찍힌 채 끝내 철수했다. 택시업계의 저항에 부닥친 정치권이 표 계산에 급급해 시장의 논리를 외면한 결과다. 남은 것은 심야 택시대란과 ‘출퇴근 지옥’ 광역버스다.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새벽까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내놨다는 ‘타다 금지법’의 상생 취지조차 살리지 못했다. 후속 보완책이 나오지 않은 탓에 스타트업들은 규제 그물망을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했다. 신생 모빌리티 사업에 나섰던 CEO가 기소당하는 것을 지켜본 기업들이 새 도전에 나설 리도 만무했다. 이제는 독주하는 대기업의 추가 수수료와 택시요금 인상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혁신 실패의 대가를 소비자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모빌리티 규제는 택시대란을 넘어 미래 산업의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버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접목한 관련 산업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우버와 공동 사업에 나섰고, 동남아도 ‘그랩’ 서비스로 시장을 넓혀 가는 중이다. 한국만 출발점부터 뒤처져 있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시장에서 혁신의 불꽃은 꺼질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 후진국으로 전락한 한국은 기업도 소비자도 모두 패자가 돼버린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는 법률서비스 플랫폼과 비대면 의약품 처방, 원격진료 등 다른 분야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 생태계를 되살리지 않고는 미래도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