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사회부 차장
최근 상습 ‘손목치기’범이 경찰에 구속됐다는 뉴스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지난달 말 붙잡은 이 범인은 지나는 차량에 손목과 팔 등을 슬쩍 부딪친 뒤 차를 멈춰 세우고 치료비를 요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경기 일대에서 보험금과 합의금 등으로 약 3300만 원을 챙겼다. 밝혀진 것만 50여 건이니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보도한 본보 기사에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범인을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상당수는 경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이 보통 차주의 결백 주장은 귀담아듣지 않고 합의를 종용한다. 이번에는 어쩌다 잡았지만 현실은 운전자가 (무조건) 죄인이다” “(고의 사고가) 의심스러워도 원칙대로 조사하는 경찰은 별로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최근 기자의 지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도로에서 운전하다 차선을 변경했는데, 진입한 차선에서 뒤에 있던 차가 바짝 따라오더니 차를 세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뒤차 운전자는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동승자가 다쳤다”며 “그냥 갔으니 뺑소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이 “손목치기 피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묻자 “사고가 나면 대부분 당황해 현장 상황부터 마무리하느라 범행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신고했더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서로 좋게 하시라”며 합의를 유도하는 경찰을 만났다는 경험담이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 넘쳐난다.
용산경찰서에 잡힌 손목치기범 같은 사기꾼들이 그 틈을 파고든다. 경찰에 정식으로 사고가 접수될 경우 적당한 이유를 대고 물러나면 된다고 보고 범행을 이어가는 것이다.
합의를 종용한 경찰이 있다면 아마도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경찰관 수는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관 수는 2010년 처음 10만 명을 넘었는데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는 약 13만2400명에 이른다.(참고로 e-나라지표에 따르면 범죄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은 2017년 85.0%에서 2020년 81.2%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제는 “경찰이 제대로 조사해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운전자들의 경험담이 넘쳐나는 게시판을 보고 싶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