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씨가 집 근처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1월 말 전립샘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는 2월 말부터 맨발로 금대산을 걷기 시작했는데 2개월여 뒤부터 건강이 좋아졌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정밀조사 결과 PSA(전립샘 특이 항원) 수치가 mL당 935ng(나노그램)이라는 겁니다. PSA 4ng 이하가 정상이라는데…. 전이가 돼 흉추 9, 10번이 시커멓게 썩었다고 하더군요. 의사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니 그냥 집에서 운명대로 살다 가라고 했어요.”
청천벽력이었다. 포스코에서 오래 일했고 서울교통공사 연수원에서 교수로 일하면서도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산을 찾았던 그였다. “대한민국에 내가 오르지 않은 산이 없다”고 할 정도로 등산에 열성적이었다. 충격으로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딸 민정 씨(42)가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70)이 2021년 쓴 ‘맨발로 걸어라’란 책을 사다 줬다. ‘맨발로 걸으면 암도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고 집 근처 금대산을 찾아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박성태 씨(오른쪽) 등 인근 주민들이 경기 남양주 와부 금대산을 찾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박 씨가 맨발걷기로 말기암을 극복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금대산은 맨발걷기의 명소로 떠올랐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4월 29일 검사에서 PSA 수치가 mL당 0.059ng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새까맣던 흉추도 하얗게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말기암 판정 5개월여 뒤인 7월 29일 검사에선 PSA 수치가 0.008ng이었다. 그는 “그때 의사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와 접지효과(Earthing)로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마찰하고, 지면 위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 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압효과(Reflexology)와 접지효과(Earthing)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일부에서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지만 최근 맨발 걷기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가 많다. 박 씨와 거의 동시에 금대산을 걷기 시작한 73세 남성은 뇌경색 수술 후유증에 따른 마비와 언어장애가 개선됐다. 만성 습진으로 머리에 진물까지 나던 정영신 씨(79)는 맨발 걷기 5개월 만에 정상 피부를 되찾았다. 2006부터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거의 매일 맨발로 걷고 달리는 ‘마라톤 마니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3)은 “잔병치레가 없고 친구들이 혈색이 좋아져 젊어졌다고 한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