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철도노사 전화로 압박 조합원 투표 거쳐야 최종 가결 파업땐 하루 20억달러 손실 볼뻔
미국 화물철도노조가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철도업체와 팽팽한 협상을 벌인 끝에 협상 시한을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15일 오전 5시경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1992년 이후 30년 만에 파업이 벌어진다면 미국 내 공급망 대란과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밤사이 체결된 잠정 합의는 우리 경제와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승리”라며 “노동자 급여와 근무 조건이 개선될 것이며, 건강관리비용에 대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잠정 합의는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중재로 20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도출됐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오후 9시경 노사 양측에 전화해 합의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합의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응급 의료 상황이 벌어져 결근하더라도 해고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병가(病暇)제도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협상 기한을 하루 앞둔 14일까지도 전체 화물철도 노동자의 절반(5만7000명)이 속한 두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이어가자 사실상 파업이 임박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대표적인 여객철도회사 암트랙(전미여객철도공사)은 승객 혼선을 막기 위해 15일부터 장거리 여객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철도협회(AAR)는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하루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7880억 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미국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우선주의’라는 국제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을 경제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