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397.9원 치솟자 진땀 방어 추경호 “환율 과도한 불안은 금물”
달러당 1400원 선마저 뚫으려는 가파른 환율 오름세를 외환당국이 가까스로 방어했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늦어도 10월경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되풀이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3.7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1400원 돌파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17.3원 급등해 1390원대에 올라선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7분경에는 1397.9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선을 바짝 위협했다. 그러자 외환당국은 “시장 내 쏠림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섰다.
게다가 이날 당국은 구두 개입과 함께 ‘실탄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수억 달러를 직접 시장에 내다팔아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점심후 환율하락… “당국 달러매도 도시락 폭탄”
高환율속 “물가10월 정점”
실제로 당국의 개입이 집중된 오후 1시 직후 환율은 순식간에 6원 이상 미끄러지며 1391.1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적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당국이 대량으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환율 오름세가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경제·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선제적으로 주요 지표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둬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