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옛 미군기지에 조성된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집무실을 바라보고 있다. 2022.6.14 뉴스1
정부가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에 878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청와대 이전에 따른 새 영빈관 필요성을 강조 하고 있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영빈관 신축 예산을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 900억 원에 가까운 영빈관 신축 예산을 슬쩍 끼워 넣었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양치기’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속인 것을 즉각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도 “깜짝 놀랐는데 878억 원이면 수재민 1만 명에게 약 1000만 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 아니냐”며 “국민 여론을 존중하고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내외빈 행사를 여러 곳에서 주최하는 과정에서 추가 경호 비용과 시민 불편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며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은,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빈관 신축 예산은 정기국회에서 진행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예결위 심사에서 삭감을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12월 9일까지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