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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전기차 충전…태양광 기술로 개선한다

입력 | 2022-09-16 18:58:00


전기차의 단점 중 하나는 긴 충전 시간이다. 급속 충전기가 있지만, 충전 시간이 30분~60분 내외로 길다. 업계는 이를 보완할 기술로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장착한 솔라루프를 개발했지만, 투자 대비 효용이 낮다.

이 가운데 최근 투광형 태양전지 연구가 성과를 거둬 전기차 업계가 주목한다. 유리처럼 투명한 투광형 태양전지를 전기차 창문에 설치해 동력을 얻는 것이다. 특히 초소형 전기차 업계는 이 기술과 솔라루프를 함께 도입하면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전기차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솔라루프 상용화됐지만, 호응은 ‘글쎄’

달리면서 전기차를 충전할 기술로 솔라 루프가 상용화됐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차량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최근 공개했으며, 현대차도 LG전자와 합작해 솔라 루프 기술을 개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등에 적용했다.

현대차 솔라루프 기술 개요. 출처=현대차그룹


다만 소비자 반응은 회의적이다. 투자 대비 효용이 낮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솔라루프를 통해 하루 평균 730Wh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데, 이를 연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대 약 1,150km의 주행 거리를 더 확보하는 셈이다. 차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를 완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통상 2만~3만원 사이다. 이 비용으로 500km 안팎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솔라루프 옵션이 투자 대비 효용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현대차는 솔라루프 옵션을 기존 소나타와 아이오닉5에서 제외해 G80 모델에만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솔라루프의 경우 1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점과 선루프를 탑재할 수 없게 되는 점 때문에 대부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 유리를 태양광 모듈로…상용화 시점은 불투명

솔라루프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시간을 줄일 기술로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이 주목받는다.

기존 태양광 모듈의 색상은 불투명하다. 따라서 건물 외벽에 설치 시 색이 달라 조화롭지 않다. 외벽과 같은 색상을 태양광 모듈에 입히면, 빛 투과율이 낮아져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한계도 있다.

글로벌 환경규제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했지만, 토지에 태양광 모듈을 필요한 만큼 모두 설치할 수는 없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특히 한계가 있다. 이에 주목받은 기술이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이다.

건물 절반에 가까운 면적(45% 안팎)을 차지하는 창호에 적용할 수 있는 투명한 태양전지 모듈을 개발한다면, 외관도 해치지 않으면서 재생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빌딩 숲을 재생에너지 생산 기지로 바꿀 수도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의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을 적용한 예. 출처=KIST


이 기술의 관건은 투명도다. 실제 유리처럼 앞이 잘 보이도록 만들어야 건물 유리창에 설치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기술은 전기차 창문에도 적용 가능하다. 투명도는 운전자 안전 확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관련 연구 성과를 내 주목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 정증현 센터장, 유형근 박사 연구팀은 뉴욕주립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Cu(InGa)Se2(CIGS, 구리·인듐·갈륨·셀레늄) 화합물 박막소재를 이용한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건물에 설치 가능한 창호형 태양전지 기술이 있었지만, 빛을 부분적으로만 투과하는 수준이어서 투명하게 만들지 못했다.

연구진은 소재 전면의 투광도를 높이기 위해 수 마이크로미터(㎛, 머리카락 평균 두께보다 얇은 수준) 크기까지 에칭이 가능한 레이저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불투명한 박막소재를 제거하고,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크기로 광투과가 가능한 미세패턴을 균일하게 형성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투광형 태양전지 모듈. 출처=KIST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투광형 태양전지는 투명함에도 광발전 성능 저하가 없어, 현재 건물의 창호로 사용 중인 유리를 태양전지로 바로 대체할 수 있다”며 “기존 유리에 태양전지를 추가 부착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정증현 KIST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장은 “개발한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CIGS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용화가 용이하다”며 “이 기술을 자동차 창문에 적용하는 것은 이론상 얼마든지 가능하다. 관건은 곡면이 많은 자동차 유리에 얼마나 잘 부착할 수 있을지와 충전 효율이 어떠할지인데, 관련 연구는 이미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차량용 차세대 태양전지 공동연구실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솔라루프와 투광형 태양전지, 초소형 전기차와 어울린다는 주장 나와

문제는 투광형 태양전지 모듈의 상용화 시점이다. 언제 자동차에 적용 가능한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충전 효율이 얼마나 나올지도 미지수다. 상용화 시 솔라루프보다 싸게 설치가 가능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가운데, 이미 상용화된 솔라루프와 상용화 예정인 투광형 태양전지를 배터리 용량이 적은 마이크로모빌리티에 적용하면 큰 효과를 누린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솔라루프의 충전량은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를 커버하기에 부족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훨씬 적은 마이크로모빌리티에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태양광 모듈을 차량에 부착해 달리면서 충전하는 초소형 전기차를 선보이려는 기업도 있다. 그중 하나인 마이브의 김종배 대표는 “제네시스 G80의 배터리 용량은 87.2kWh지만, 초소형전기차 마이브 M1 배터리 용량은 10kWh로 솔라루프 기술만 적용해도 이미 상당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투광형 태양전지가 상용화돼 초소형 전기차에 부착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가 더는 충전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달리면서 충전하는 마이브를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